[무한의 루프] 10화

2019-06-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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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루프 표지
[데일리게임]
10. 연애가 하고 싶어요

몇 차례 태민의 패거리들이 강우에게 시비를 걸어왔지만 강우의 옆구리 차기에 당하고서는 결국 포기를 해야만 했다.

생각 이상으로 강력한 일격에 한 대만 맞아도 온몸에 힘이 빠지며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강우가 귀찮은 듯이 태민의 패거리의 머리를 손으로 움켜잡고서는 살벌하게 놀려보자 그제야 겁을 먹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비록 본래의 힘을 되찾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기세만큼은 일반인들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태민의 패거리들이 더 이상 강우를 귀찮게 하지 않게 되자 강우는 편안한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하암!”

30대 중반의 정신연령을 가지고 있는 강우에게 있어서 학교 수업은 따분한 일이었다.

“소설에서 보면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직업 얻으려고 하던데 왜 나는 관심이 없는 걸까?”

강우도 자신의 한심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학업에 정진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사실 마법사의 지력을 한 번만 더 흡수하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학업 성적은 튀어 오를 수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지력을 높여 주는 아이템 하나만 끼면 되는 문제였다.

그렇게 된다면 강우가 생각하는 최고의 대학과 최고의 직장을 가질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전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강우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쉬운 문제에 불과할 뿐이었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성취감이 생기지 않는 것과 같았다.

천재적인 머리와 천재적인 신체 능력.

남들이 보기에는 그렇지만 강우에게는 정말이지 형편없는 능력에 불과했다.

‘지루해.’

지구를 완전히 반으로 쪼개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신적 존재가 강우의 기준점이었다.

고작 인간의 한계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어느덧 강우는 학업에는 조금 무심해진 채로 학교생활을 해 나가고 있었다.

“강우야. 뭐해?”

“응? 아! 어!”

하지만 강우로서도 어려운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공부보다 더한 난이도의 문제들이 존재했다.

‘점점 예뻐지네.’

여자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릴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했지만 강우는 사실 모솔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물론이고 변변찮은 직장도 없이 빈둥거릴 때도 연애는 해 보지 못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뒤엔 갑자기 마르스의 괴물들이 튀어나오고 죽을 때까지 전장에서 싸우기만 했으니 연애를 제대로 해 본 경험이 없었다.

강우에게 있어서 연애는 사치에 불과 했다.

그렇기에 강우는 어떤 면에서는 몬스터들과의 싸움보다 연애가 더욱 힘들다고 생각했다.

과거였다면 태민의 패거리들 때문에 주눅이 들어 있어서는 자신의 짝인 지혜의 얼굴조차 쳐다보지도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태민의 패거리들을 거의 박살을 내놓고 난 뒤에 강우가 나름 자신감을 보이자 강우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학생들이 생겨났다.

더욱이 캐릭터 능력을 흡수하면서 비쩍 말랐던 몸이 적당하게 살이 올라 있었다.

거기에 공부를 포기했다고는 해도 능력 흡수를 통해 높아진 지력으로 어느 정도 수업을 따라오고는 있었다.

강우는 모르고 있었지만 점차 학교에서도 강우에 대해서 호의적인 분위기가 형성이 되고 있었다.

강우는 난생 처음으로 연애편지 비슷한 것도 받았다.

물론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기에 장난이라고 생각을 하기는 했다.

그렇게 조금씩 강우는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과거와는 다를 삶을 살고 있었다.

강우는 풋풋하게 예쁜 지혜의 얼굴을 보며 얼굴이 붉어졌다.

정신 연령과는 달리 강우의 신체는 사춘기 소년과도 같았다.

괜히 눈앞의 여학생이 미소를 지으면 가슴이 뛰었고 왠지 모를 착각에 빠져들고는 했다.

‘나쁘진 않네.’

사실 강우가 학교생활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은 어차피 있을 마르스의 괴물들 때문이었다.

세상은 온톤 잿더미가 되어 버릴 터였다.

공부를 잘하든 공부를 못하든 좋은 직업을 갖든 말든 모두가 평등하게 시체가 되어 길거리에 쌓였다.

그렇기에 강우는 자신의 미래는 단 하나뿐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 세상에서 사랑조차도 어쩌면 사치에 불과할 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강우는 심장이 뛰는 인간이었다.

예쁜 여자가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주면 설레고 가슴이 뛴다.

그리고 그런 그녀나 소중한 가족에게서 인정을 받고자 그들이 원하는 것에 노력을 하고 싶다는 욕망도 생겨났다.

“강우야. 이거 혹시 알겠어? 아까 설명을 들었는데 영 모르겠네.”

“어? 잠시만.”

강우는 지혜가 문제지를 내미는 것에 힐끔 문제지를 바라보았다.

“어! 그러니까 이건…….”

다행히 기억에 있는 문제였다.

지력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다지 낮은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상태는 아니었다.

강우는 지혜의 생머리가 자신의 가까이로 다가오자 좋은 냄새가 풍겨나는 것에 얼굴이 붉어졌다.

“와! 강우 너 머리가 좋구나.”

“아니야. 그냥…….”

강우는 마법사 하나 키워서 지력을 흡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작 일주일에 한 시간이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고등학교 수업 정도는 따라갈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주변 학생들의 눈에 눈꼴사나운 짓거리를 하는 강우와 지혜였다.

“야! 강우야! 축구하러 가자!”

“응?”

강우는 한창 지혜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남자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한 사람 부족한데 축구하자고!”

전혀 생각이 없었다.

한창 가슴 설레고 있는 중에 땀내 나는 남정네들과 땀을 흘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강우의 성격 자체가 땀나는 일을 싫어했다.

마르스의 괴물들과 싸운 것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싸운 것이었다.

“너 축구 잘해?”

하지만 강우의 가슴을 불타오르게 하는 지혜의 목소리에 강우는 생각을 달리했다.

“그……그럼! 나 축구 좀 하지!”

당연히 강우에게 축구의 재능 따위는 없었다.

이미 학기가 시작되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였기에 강우의 개발을 반 친구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당연히 지혜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순식간에 변해 버린 강우에 혹시나 싶은 생각에 한 말이었다.

문제는 강우가 그 밑밥을 덥석 물어 버린 것이었다.

대답을 해 버렸으니 강우도 안 한다고 말을 못하게 되었다.

결국 강우도 운동장으로 나가서는 반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해야만 했다.

강우가 나가니 지혜도 운동장의 한편의 그늘진 곳에 앉아 구경을 시작했다. 강우는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뛰어야만 했다.

“하아! 하아!”

아직 신체 능력은 그다지 높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래도 전생의 경험과 감각에 의지해서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공을 차고 사람을 재끼고 빠르게 달린다.

강우는 운동이나 전투가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최적의 상황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신체를 움직이는 점은 분명 같았다.

“으윽! 강우 막아!”

“후우!”

상대의 몇 수 앞까지 읽어 낼 수 있다면 상대를 농락하는 것도 가능했다.

강우는 기술적으로 특출 나지는 않았지만 상대의 반응보다 반 보 더 빠르게 반응하며 움직였다.

그리고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상대는 전문적인 축구 선수들이 아니라 일반 고등학생들에 불과했다.

강우는 땀이 흘러내린다는 것이 그렇게 불쾌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반 친구들을 돌파해 내고서는 하얀 골망이 보이자 있는 힘껏 공을 찼다.

출렁!

과거였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강우는 시원스럽게 출렁이는 골망을 보고서는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를 했다.

“아자!”

왠지 즐거워졌다.

홀로 괴물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던 때와는 달리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환호를 하는 강우를 향해 반 친구들이 달려들어서는 강우를 덮쳤다.

“이 새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정말 이강우 맞는 거야?”

“그러게 뭘 잘못 먹었길래 이래?”

반 친구들은 강우가 무척이나 밝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계기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음침하고 언제나 의기소침하던 친구가 변해 있었다.

비록 머리가 굵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순수한 아이들이었다.

강우도 그런 반 친구들의 행동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언제나 혼자인 줄로만 알았던 자신이었는데 자신을 향해 기뻐해 주는 이들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강우는 그렇게 친구들의 환호를 받으며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지혜가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멋진 골을 봤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어?”

순간 강우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인지 두 눈을 부릅떴다.

사랑스러운 지혜가 웬 남자애와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척이나 다정스러운 듯이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은 무척이나 잘 어울려 보였다.

지혜도 예뻤지만 남학생도 키도 크고 무척이나 잘 생겼다.

“하하하하! 응?”

강우의 반 친구인 배수는 강우의 몸에 매달려 웃다가 강우가 굳은 표정으로 어딘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자 의아해하면서 강우가 바라보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고서는 몇 번이고 강우와 강우가 바라보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고서는 안타까운 듯이 강우에게 말을 했다.

“너 몰랐던 거냐? 지혜 대성 선배랑 사귀고 있는 거.”

“뭐? 아!”

강우는 그제야 기억을 떠올리고서는 얼굴을 구겼다.

그제야 기억을 한 것이었다.

지혜와 대성 선배는 나중에 결혼까지 하게 된다는 것과 자신도 지혜의 결혼식에 참석을 했다는 것을 떠올린 것이었다.

‘아! 미치겠네!’

그제야 강우는 자신이 지혜와 묘한 분위기를 낼 때 반 친구들의 묘한 눈빛으로 자신들을 쳐다보던 것을 떠올렸다.

강우는 자신이 얼마나 낯부끄러운 짓을 저지른 것인지를 알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아니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확 자살해 버릴까?’

다시 환생을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였기에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야! 그냥 잊어! 내가 소개팅 해 줄게.”

“소개팅?”

강우는 소개팅을 해 준다는 말에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못해 봤지만 이번에는 즐길 거 다 즐기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생겨났다.

어차피 지금 상태에서는 갑작스럽게 강해질 수도 없었기에 학창 시절은 보내야만 했다.

박천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