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각성자, F급으로 회귀하다] 14화

2021-03-0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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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14. 잘려 나간 귀 (2)

그들은 이제 막 20층 출입 자격을 얻은 광부들.

죽도록 구슬만 캐서 마탑을 오른 경우였다.

이번에 새로 가는 수정산에 도착할 때까지 다들 무기 들고 있어.”

잭의 말에 일행은 인벤토리에서 무장을 꺼내 갖췄다.

조금 더 전진하니, 그들의 눈앞에 뭔가가 보였다.

이봐, 저기 뭐가 있는데?”

지면에 솟아난 무언가.

잭은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고 천천히 쳐다봤다.

둥그스름한 테두리.

절대 돌은 아니었다.

내가 가서 보고 올게.”

잭은 장검을 빼들고 물체에 다가갔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물체의 형태는 확실해졌다.

젠장.”

노인의 머리.

정확히는 목 아래가 땅에 묻힌 채 머리만 위에 드러난 것이었다.

노인은 이미 죽은 상태.

묻힌 지 꽤 오래된 것 같았다.

잭은 건기에게 들은 말이 생각나 노인의 귀를 살폈다.

?”

노인의 양쪽 귀는 꽤 오래 전에 잘려서 아물어 있었다.

뭐지?”

으아아악!”

비명 소리.

동료들이 지른 것이었다.

잭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뒤에 있어야 할 동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뭐야?”

잭은 원래 동료들이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확 트인 평야에서 사람이 무더기로 증발.

그는 심장이 마구잡이로 요동치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그러나 한 번 오른 혈압은 자꾸만 높아져 갈 뿐이었다.

, 젠장……!”

잭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근처에 떨어진 핏방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핏방울들이 움직이고 있단 것도.

잭은 완전히 겁에 질린 채 무작정 앞으로 뛰었다.

그러자 지면이 펄럭이면서 빠르게 그의 뒤를 쫓았다.

, 헉헉.”

스르르륵, 스르르륵.

잭의 귀에도 펄럭이는 소리가 들렸다.

지면이 그를 따라잡기 직전.

누군가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으아아악!”

검은 머리의 여행자.

잭은 자기도 모르게 검을 휘둘러 그를 공격했다.

그러나 여행자도 즉시 검을 휘둘러 방어했다.

잭의 검은 휘리릭 그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 으아아아…….”

잭은 다리 힘이 풀려서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자기 앞에 선 아름다운 미인을 보면서 두려움에 떨었다.

찰랑이는 긴 머리카락 사이로 여행자의 잘린 귀가 보였다.

귀가 없어?”

잭의 바지가 축축하게 젖었다.

질 낮은 괴담 속 주인공.

그는 울먹이면서 여행자의 다리에 매달렸다.

, 살려 줘. 살려 줘!”

펄럭이던 지면이 잭에게 도착.

지면과 똑같은 색을 띤 천이 걷어지면서 그 아래 숨어 있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잭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

사람보단 조각상이란 말이 더 어울렸다.

결정적으로 그들의 얼굴 옆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귀.

그것은 이야기로만 듣던 종족의 특징이었다.

엘프?”

엘프.

그들은 딱 그런 모습이었다.

다만, 일반적으로 숲속에 산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그들의 복장은 사막에 더 적합한 스타일이었다.

한 엘프가 터번을 벗으며 맨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단검을 빼 들어서 잭에게 겨눴다.

반짝반짝 빛나는 분홍의 칼날.

그것은 바로 수정산의 조각을 갈아서 만든 것이었다.

, 항복! 제발 목숨만은…….”

엘프는 잭의 말을 듣고는 대뜸 그의 귀를 잡아서 당겼다.

그리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귀를 잘랐다.

으윽!”

.

칼질 한 번에 귀가 뚝 떨어졌다.

잭은 잘린 상처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나서야 통증을 느꼈다.

크으으윽!”

엘프는 자른 귀를 집더니,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여행자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휙 돌아섰다.

엘프들은 자신들이 쓴 위장막 밑에서 기절한 광부들을 꺼냈다.

모두 귀가 잘려 있었다.

누군가는 하나.

누군가는 양쪽.

잭은 그들이 자신의 동료임을 알아차렸다.

이게 무슨…….”

잭은 울먹이면서 동료들의 생사를 확인했다.

호흡과 맥박은 정상.

그저 정신을 잃은 것뿐이었다.

.

잭이 정신이 팔린 사이,

엘프 하나가 그의 뒤통수를 단검 손잡이로 가격했다.

그는 정신을 잃었고, 엘프들은 광부 전원을 머리만 남겨 둔 채 땅속에 파묻었다.

***

마을에 있는 작은 선술집.

건기와 태구는 짠하고 500cc잔을 부딪쳤다.

건배! 햐햐햐햐!”

차갑진 않지만, 서늘하게 식혀진 구수한 맥주.

두 사람은 잔에 담긴 술을 맛있게 들이켰다.

! 여기 맥주 한 잔 더!”

태구는 맥주를 원 샷하고, 한 잔 더 주문.

건기는 그런 그를 보며 천천히 맥주를 마셨다.

취할 정도로 드시진 마세요. 스스로 걷지 못하게 되시면 그냥 버리고 갈 거예요.”

예예, 알고 있습니다요.”

태구는 새로 맥주를 받아 또 입안에 부었다.

윌리는 우유를 마시며 그런 두 사람을 관찰했다.

먼저 이건기.

그는 다른 손님과 출입구를 곁눈질로 번갈아보고 있었다.

그에게는 맥주를 마시는 것보다 주변을 경계하는 게 더 중요한 일처럼 보였다.

반면에 태구는 천하태평.

건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벌써 세 잔째 연거푸 원 샷을 하고 있었다.

! 여기 한 잔 더!”

하아.”

윌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자신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일행은 아예 바에서 식사도 하기로 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음식이 든 접시들이 놓여졌다.

건기, 네가 쏘는 거냐?”

그런 셈이죠.”

건기는 감자튀김 하나를 집어서 반으로 나눴다.

그리고 폐활량을 전력으로 활용해 빠르게 튀김을 식혔다.

그것을 신호로 다른 두 사람도 허겁지겁 식사를 시작했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세 사람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 마을을 방문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보안관 사무소를 찾았다.

그러나 정상이 아닌 탓에 실수로 선술집에 들어가고 말았다.

크윽!”

곱슬머리의 잘생긴 청년.

그가 바닥에 쓰러지고, 선술집 안의 이목이 그에게로 집중됐다.

건기는 슬쩍 인벤토리에서 노멀소드를 꺼내 손에 들었다.

무슨 일인가?”

주인이 방문자를 부축했다.

그리고 그의 귀가 피범벅인 것을 발견했다.

, 자네…… 귀가!”

엘프……한테…… 당했어요.”

엘프.

그 이름에 선술집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방문자, 케빈은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청했다.

주인은 그에게 물 한 잔을 건네며 물었다.

차근차근 말해 보게.”

케빈은 물을 마시는 대신 이야기를 시작했다.

수정산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습격을 받았어요.”

그럼 다른 사람들은? 설마 잭도 당한 건가?”

아마도요.”

이야기를 듣던 태구가 자기도 모르게 한 마디 내뱉었다.

그럼 어딘가에 머리만 남기고 묻혀 있겠는걸? 그럼 녀석들을 구해 주는 척, 물건을 훔…….”

태구는 중얼거리다가 건기와 눈이 마주쳤다.

아차.

그는 자신이 실수했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건기의 눈에서 느껴지는 살기와 함께 선술집의 분위기에서 알 수 있었다.

자자, 그만 가자고.”

다른 손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선술집을 떠났다.

남은 사람은 세 사람뿐이었다.

? 당신은……!”

케빈은 주인의 손을 떠나 기어서 건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건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물었다.

혹시 이건기 씨 아니신가요?”

흠칫.

건기는 자신을 알아보는 케빈에게 검을 겨눴다.

너 뭐야? 날 어떻게 알지?”

여차하면 찌를 기세.

그러나 케빈은 아랑곳 않고 계속 물었다.

“A급 지명수배범을 해치우신 현상금 사냥꾼이시잖아요. 맞죠?”

그런 식으로 소문이 돈 건가.

건기는 혀를 찼다.

제발 제 동료들을 구해 주세요. 광부들의 절반은 이 마을 주민이기도 해요.”

알 게 뭐야. 엘프 상대하기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아?”

건기는 차갑게 식힌 고기 완자 조각을 입에 넣었다.

그런 그의 차가운 대답에도 케빈은 계속 애걸했다.

제발 부탁드려요. 마을분들하고 상의해서 돈을 마련할…….”

안 돼. 도와줄 생각 없어.”

건기는 단호히 거절하며 태구와 윌리에게 눈짓을 줬다.

두 사람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급하게 식사를 마쳤다.

세 사람이 황급히 선술집을 떠나려 하자, 케빈은 아예 건기의 다리에 매달렸다.

도와주세요! 이건기 씨마저 외면하시면, 정말 희망이 없어요!”

케빈을 보던 주인까지 그를 거들며 건기에게 부탁했다.

저희 마을은 수입의 절반을 채굴에서 얻고 있습니다. 이번에 나갔던 녀석들은 경험이 미숙해서 잭 씨에게 특별히 부탁했던 겁니다. 그 친구들을 잃으면 이 마을에 미래는 없습니다.”

건기는 짜증나게 구는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얼마 줄 건데?”

, 그건 상의를 좀 해서…….”

지금 당신들이 나한테 줘야 할 건 의뢰비가 아니라 목숨값이야. 실종된 광부 열둘에 내 목숨까지 합해서 얼마 쳐줄 건데? ?”

건기 입장에선 돈 받고 죽어 주세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 돈도 드릴게요.”

?”

돌발 발언.

건기는 깜짝 놀랐다.

조용히 있던 윌리가 갑자기 입을 연 것이었다.

제가 가진 돈도 드릴게요. 광부들을 구해 주세요.”

윌리에게 있어 광부들의 위험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가 나서자, 케빈과 주인은 한 번 더 건기를 설득했다.

이건기 씨께서 나서 주신다면, 마을 주민 중 싸울 수 있는 자들을 모아 함께 가겠습니다.”

맞아요. 다 함께 힘을 모으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거예요!”

건기는 그 말에 코웃음 쳤다.

지랄하지 마. 광부들은 숫자가 적어서 털린 줄 알아? 애초에 엘프들 구역이면 정상적인 경로가 아닐 텐데, 거길 알아서 기어들어간 놈들 잘못…….”

건기는 광부들과 자신들이 마주쳤던 것을 떠올렸다.

그의 말대로라면, 건기 일행도 상당히 비정상적인 경로로 다녔단 뜻이었다.

빌어먹을.”

건기는 어금니를 빠득빠득 씹으며 태구를 노려봤다.

아주 살짝 그의 마음에 망설임이 생겼다.

구해 주세요.”

윌리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어쩌면 그 사람들이 그렇게 된 건 저희 탓일지도 몰라요. 그 엘프들이 저희를 노리려다가 광부들을 노린 걸 수도 있잖아요?”

논리 정연.

윌리는 정확하게 건기의 속내를 찔렀다.

후우.”

건기는 짜증이 섞인 손길로 윌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이를 갈면서 칭찬했다.

아주, 잘했어.”

건기는 쓰다듬던 윌리의 머리칼을 한 움큼 움켜쥔 다음 당겼다.

당연히 윌리는 비명을 질렀다.

아악!”

정말 잘했어.”

건기는 진심으로 칭찬하며 케빈의 의뢰를 받아들였다.

***

반나절, 또는 몇 시간 뒤.

그리고 마탑 14.

마을엔 주민 외에 십여 명의 현상금 사냥꾼이 있었다.

하지만 다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케빈의 의뢰를 거절했다.

그들에게 있어 중요한 일은 그냥 하루하루 돈을 받는 것이지, 목숨을 거는 게 아니었다.

지원자가 고작 이게 다야?”

건기는 케빈이 모아 온 이들을 점검했다.

현상금 사냥꾼인 조와 다니엘.

보안관 밤비노와 부보안관 맥.

건기와 케빈까지 합치면 모두 여섯이었다.

다음으로 이들의 무장.

조와 다니엘은 칼과 방패.

밤비노와 맥은 마총.

케빈은 곡괭이와 삽.

무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건기는 외눈으로 다섯 지원자의 스탯을 확인했다.

“C급 셋에 D급 둘이라…….”

쓸모없는 것들.’

그나마 보안관 밤비노의 스탯은 괜찮은 편이었다.

***

[등급 : C]

[근력 : B] [순발력 : C]

[지구력 : A] [지력 : E]

[스킬 : 없음]

***

정확히는 괜찮기만 하지, 허점이 많은 스탯 구성.

건기는 고개를 저으며 태구로부터 리볼버 한 정을 받아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아저씨는 윌리랑 계세요.”

그래. 근데 가기 전에 내 몫 좀 미리 받아도 될까? 1억만이라도?”

건기는 태구의 말에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 얌전히 계세요.”

태구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여섯 명은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을을 떠났다.

목적지는 마을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황야 한가운데.

의뢰의 대가는

구출한 1인당 50만 원.

그것이 가난한 마을에서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비용이었다.

다 구해 봤자 6백만 원.

오로지 윌리 때문에 받아들인 의뢰였다.

“빌어먹을.”

건기는 투덜거리며 맨 앞에 선 케빈을 쳐다봤다.

케빈의 잘려 나간 귀.

치료가 덜 되어 피투성이였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개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