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남 감독의 사퇴에 대한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명의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플러스라는 팀을 끝까지 지켜내고 르까프 오즈라는 이름으로 팀을 창단시켰으며 오영종, 이제동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탄생시켰다. 또 프로리그와 스타리그, MSL 등 개인리그에서도 우승으로 이끈 조정웅 감독이 3일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가야할 때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릅답다고 했던가. 조정웅 감독은 지금이 물러나야 할 때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스스로 지쳐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계속 감독직을 맡고 있는 것은 팀이나 선수들에게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과감히 사퇴를 결정했다.
“사퇴를 결심한 이유는 단 하나, 쉬고 싶어서입니다. 10년 동안 e스포츠와 함께 호흡하면서 같이 기뻐하기도 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죠. 이번 시즌을 달려오면서 심신이 지켰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제는 쉬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을 한 뒤 아내와 상의를 했죠.”
탤런트 안연홍과 결혼하며 숱한 화제를 뿌렸던 조정웅 감독이지만 게임단 업무 때문에 제대로 된 신혼 생활 한번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잘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항상 미안한 마음이 컸고 감독직을 내려놓은 지금 순간부터 조 감독은 아내를 비롯해 부모님 등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이제 2세 계획도 세워야죠(웃음). 제가 감독직을 그만 두더라도 2세 소식은 꼭 전해드리겠습니다(웃음). 10년 간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잔 날이 없었는데 이제는 가족과 함께 마음을 비우고 당분간은 다른 생각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겁니다.”
항간에 떠도는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팀을 창단한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조 감독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e스포츠에 쏟아 부은 열정 때문에 지쳐 떠나는 것인데 다시 e스포츠로 돌아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루머일뿐이라고 전했다.
“시기가 너무나 절묘해서 제가 사퇴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분명 스타2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저는 이제 e스포츠에 쏟을 수 있는 열정을 모두 쏟아부은 것 같습니다. 그 에너지가 다시 충전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죠. e스포츠와 상관 없는 일을 하면서 지낼 생각입니다. 많이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조 감독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선수들의 동요다. 휴가 기간에 사퇴 소식을 접했을 선수들이 혹시나 동요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면서 감독직은 내려 놓았지만 선수들에 대한 애정은 여전함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해왔듯 선수들이 잘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그럴 것이라 믿고요. 밖에서도 화승이 명문 게임단으로 거듭나기를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감독직은 내려 놓았지만 여전히 제 자식들이잖아요(웃음). 나중에 좋은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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