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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김정우 "2군 시절 서러웠어요"

기자

2012-05-29 12:22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김정우 "2군 시절 서러웠어요"
안녕하세요. '스타걸' 서연지입니다.

벌써 제가 독자 여러분들을 만난 지 한 달이 다돼 가네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설렘과 각오는 계속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 마음을 유지해 독자 여러분들께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계속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지난 시간에는 e스포츠 최고의 명장 반열에 들어선 KT 롤스터 이지훈 감독님을 만나봤습니다. 나이보다도 더 어려 보이는 이지훈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잘 몰랐던 게임단 시스템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게임단이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몰랐던 독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선수와 감독, 사무국이 모두 하나가 될 때만 팀이 우승하거나 최고의 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선수만 잘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서 감독의 역할, 사무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감독과 사무국이 갈등을 겪게 되면 팀이 알게 모르게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배울 수 있었는데요. 여러모로 e스포츠 현황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인터뷰였던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 만나볼 선수는 너무나 반가운 얼굴이자 저와 인연이 깊은 바로 CJ 김정우 선수입니다. 왜 저와 인연이 깊은지 궁금하시죠? 김정우 선수가 처음으로 스타리그에 진출했을 때 그 시즌 우승자를 꼽아보라는 질문에 저는 망설이지 않고 김정우 선수를 지목한 적이 있습니다. 다들 그때 뜬금 없는 선택이라고 의아해 했죠. 그 당시 김정우 선수는 크게 무언가를 이룬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정우 선수는 다음 시즌에 바로 스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제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줬습니다. 정말 고마웠죠. 그 덕분에 저 역시 선수를 보는 눈이 있다는 평가도 받았으니 김정우 선수와는 인연이 참 깊다고 봐야겠네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매시아' 김정우. 결승전에서 '최종병기' KT 이영호를 역스윕으로 누른 뒤 당당히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김정우와 즐거웠던 인터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시죠.

◆스타2 병행의 어려움

서연지=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정말 궁금해요. 2년 전 스타리그에서 김정우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뒤 거의 2년 만에 얼굴을 보는 것 같아요.

김정우=제가 다음 시즌에 16강에서 광속으로 탈락했으니 그렇겠네요(웃음). 그동안 저는 엄청난 일들을 겪으며 2년을 보냈죠.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네요. 은퇴 했다가 다시 돌아왔고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가 프로리그에 도입되면서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심심하지 않은 것 같아요(웃음).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김정우 "2군 시절 서러웠어요"

서연지=요즘은 스타2 연습에 정신이 없겠네요.

김정우=정신이 없는 정도가 아니에요(웃음). 요즘은 체력이 달리는 것 같아 예전에는 하지도 않던 운동도 시작했어요. 나이 먹으면서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이 느껴져요. 게다가 새로운 종목을 하느라 더 힘든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송병구 선수가 스타리그에서 승리한 뒤 선수들의 애환을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것을 들었는데 정말 와 닿더라고요. 새로운 리그 방식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팀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시즌을 시작한 후에도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에요.

서연지=그래도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과 스타2에서 모두 승리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김정우=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에요. 이기기는 하지만 이기고 난 뒤에도 기분이 좋지 않아요. 내 실력으로 만족스럽게 이겼다는 느낌 보다는 억지로 이긴 기분이 들거든요. 승리한 후 환호하기에는 경기력도 부끄럽고요. 이기고 난 뒤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서연지=지금 김정우는 은퇴를 선언하기 전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컨디션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정우=아무래도 100% 돌아오기는 힘들더라고요. 그때만큼 손이 따라주지 않는 것을 느꼈어요. 하지만 의지나 열정, 마음가짐은 이미 그때보다 더 뜨겁고 적극적이라고 생각해요. 손이 잘 따라주지 않는 것은 연습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90% 정도 돌아온 것 같아요.

서연지=아무래도 100%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개인리그에 진출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김정우=제가 지금의 위치에서 이렇게나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스타리그 우승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스타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마치 복귀 후 꼭 달성해야 하는 숙원 같기도 하고요. 아마 누구보다 제가 가장 간절할걸요(웃음).

◆서러웠던 2군 시절

서연지=생각해 보면 CJ 엔투스 신예 삼총사로 관심을 받았던 진영화, 조병세 선수의 그때 시절 이야기는 많이 알려졌는데 김정우 선수의 신예 시절은 알려진 것이 별로 없더라고요. 어떤 성격이었는지 어떻게 숙소 생활을 했는지 궁금하네요.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김정우 "2군 시절 서러웠어요"


김정우=서러운 나날을 보냈어요(웃음). 아마 말해도 믿지 않으실 거에요(웃음). 사람들이 항상 프로게이머 된 것을 후회했을 때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저는 망설임 없이 2군 숙소 생활 했을 때라고 이야기 했어요. 그만큼 정말 사람 같지 않은 취급을 받았으니까요.

그 당시만 해도 CJ 2군 방침이 그러했다고 하더라고요. 코칭 스태프들도 CJ라는 팀에 대한 자부심이 워낙 강한 상황이었는데 사실 제가 입단할 때 실수를 했거든요. 그것 때문에 더 미움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해요.

서연지=어떤 일이 있었는데요?

김정우=CJ에 들어오기 전 입단 테스트를 봤는데 사실 저는 게임을 모두 챙겨보는 편은 아니었어요. 워낙 성향이 공격적이다 보니 박성준 선수를 좋아했고 존경했어요. 예전에 인터뷰를 봤는데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중학교를 중퇴하고 자신의 꿈을 이뤘다는 이야기에 멋있다는 생각도 했거든요.

그래서 입단 테스트를 보러 왔을 때 솔직하게 박성준 선수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했죠. 그러나 그 당시 CJ에는 최고의 저그가 있었거든요. 제가 눈치가 없었던 거죠. 옆에서 (조)병세는 '서지훈 선수 팬이고 정말 좋아한다'며 코칭스태프 마음에 쏙 드는 발언을 했는데 저는 절대 하면 안 되는 말을 했더라고요(웃음). 테스트 하는 내내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졌어요.

그래도 다행히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입단은 했지만 이후에도 미운 털을 빼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연습해야 했습니다.

CJ 2군 숙소는 정말 힘들어요. 1군 선배들의 경우 연습 하면서 3~4번 물을 마시러 갈 수 있었지만 저희 같은 경우에는 연습 시간에 물을 먹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그때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아마 프로게이머를 그만두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그 덕분에 독기를 품고 연습해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원망은 안 하지만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서연지=신예일 때 조병세, 진영화와 함께 주목 받았잖아요. 그 중 가장 성공한 선수로 꼽아도 무방한데 어떤 점 때문에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

김정우=생각해 보면 가장 먼저 뜬 선수는 조병세였고 이후 진영화였어요. 저는 그저 두 명의 그늘에 가려진 겉절이에 불과했죠. 제가 가장 늦게 알려지게 된 것이 더 높이 뛰어 오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겁니다(웃음).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김정우 "2군 시절 서러웠어요"

서연지=요즘 보면 뻔뻔해진 것 같아요(웃음). 농담이고 예전부터 봤는데 셋 중 원래 가장 잘했잖아요. 그래서 제가 우승자로 지목하기도 한 것이고요. 왠지 성공할 것 같았어요.

김정우=사실 그때 얼마나 뿌듯했는데요(웃음). 누군가가 나를 우승자로 지목해 준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실력이 그 정도로 좋았는지 생각해 보면 그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운도 잘 따라줬고요. 심리전을 걸면 이상하게 상대가 당황하거니 잘 속아주더라고요. 그때마다 '되는 날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더 밀어 붙이곤 했죠. 우승자는 하늘이 내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진짜인 것 같아요. 갑자기 운이 따라줄 때가 있다니까요.

서연지=운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기억하는 바로는 저글링 컨트롤 능력이 남달랐던 기억이 나거든요.

김정우=저글링이 신출귀몰했죠(웃음). 이런 말을 하다니 제가 뻔뻔해진 것이 맞나 봐요(웃음). 그때는 제 손이 정말 빨랐어요. 순식간에 화면을 바꿔 두 군데 컨트롤을 한 것이 기억이 나요.

◆형제 같던 삼총사 진영화의 이적

서연지=형제처럼 친했던 삼총사였는데 최근 진영화 선수가 8게임단으로 이적했잖아요. 서운하지 않았어요?

김정우=정말 너무나 서운했어요! 8게임단으로 이적한 것이 서운하다기 보다는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들은 것이 더 서운했죠. 물론 은퇴를 하거나 이적 중 하나를 택하기 위해 팀을 나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적 소식은 본인에게 직접 듣고 싶었거든요.

서연지=누구에게 들었는데요?

김정우=헬스장 트레이너한테 들었어요(웃음). 상황이 진짜 웃기죠? 어느 날 헬스장에 갔는데 트레이너가 알려주더라고요. 최근 동료들과 잘 안 놀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서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서운했다고요(웃음).

(진)영화가 고민이 많았던 것은 잘 알고 있었는데 조금만 더 참고 파이팅 하자고 이야기 했어요. 하지만 우리보다도 (진)영화는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8게임단에서도 잘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서연지=진영화 선수가 물주였다면서요(웃음).

김정우=도토리 내기를 많이 했었는데 제가 많이 이겼거든요(웃음). 한 몫 단단히 챙겼어요.

(진)영화와 저는 서로 자주 괴롭히는 사이였어요. 겨울에 다같이 마트에 갔다가 숙소 안에 들어가기 전 눈이 보이길래 (진)영화가 혼자 앞으로 걸어가고 있길래 눈을 던졌어요.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길래 서운하더라고요. 그래서 눈 던지고 도망가는 시늉을 하면 따라올 것 같아 도망가는 척 하다 미끄러져서 발에 금이 간 적이 있어요(웃음). 그날 이후로 안 놀리게 되더라고요.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김정우 "2군 시절 서러웠어요"

이적하고 난 뒤 저보다는 (진)영화가 더 서운해 하는 거에요. 이적을 발표한 뒤 숙소에 놀러 왔는데 그때 저는 집에 가고 없었거든요. 아마 동료들이 푸대접을 했나 봐요(웃음). 인터뷰에 이야기 할 정도로 서운해 하던데요? 소심하게 말이에요.

서연지=아마추어 때부터 진영화 선수를 알고 지냈다고 하던데 어떻게 알게 됐어요?

김정우=아마추어 시절에는 잘하는 고수들끼리 아프리카 방송에서 자주 붙곤 했거든요. 사실 그때 실력에 대해서는 자신 있었는데 한 선수와 붙어서 패했어요. 그게 진영화였죠. 원래 고수들은 서로를 알아보기 마련이거든요(웃음). 이후 귓말도 하고 친해지게 됐죠. 이렇게 팀까지 같이 들어와 오랜 기간 함께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서연지=서로 연락은 자주 하는지 궁금하네요.

김정우=지금의 연습 시스템에서는 만나기는커녕 연락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스타2가 프로리그에 추가되면서 지옥의 나날을 보내고 있거든요. 아마 (진)영화도 많이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항상 걱정하고 생각나고 그럴 겁니다. 같이 함께 한 시간이 있는데요. 둘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서연지=한마디 해주세요(웃음).

김정우=낯 간지러워요(웃음). 저 먹고 살기도 바쁘다고요(웃음).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김정우 "2군 시절 서러웠어요"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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