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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깡통이 되어 버린 캐리어

남윤성 기자

2015-07-06 16:23

스베누 스타리그 시즌2 16강 개막전에서 '깡통 캐리어'를 선보인(?) 프로토스 진영화.
스베누 스타리그 시즌2 16강 개막전에서 '깡통 캐리어'를 선보인(?) 프로토스 진영화.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그동안 스타크래프트2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중심으로 '핀포인트' 코너를 운영했지만 오늘은 특별한 콘텐츠로 분석을 해보려 합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인데요. 지난 1일 16강 개막전을 치른 스베누 스타리그에서 보기 드문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캐리어가 깡통이 되어 버린 사건인데요. 디펜딩 챔피언인 테란 최호선과 프로토스 진영화와의 대결에서 진영화가 호기롭게 띄운 캐리어가 인터셉터를 채울 비용이 없어서 모두 격추되는 희귀한 명장면이 연출됐습니다.




◇프로토스의 최종 병기 캐리어가 깡통이 되어버린 진영화와 최호선의 경기.(영상=네이버 tvcast 발췌)

◆진영화가 보여준 자연스러운 연계 플레이
진영화는 테크 트리를 올리면서 확장 기지를 가져갔습니다. 게이트웨이를 건설한 뒤 사이버네틱스 코어, 로보틱스, 로보틱스 서포트 베이로 테크 트리를 올렸고 드라군의 사거리 업그레이드를 완료하면서 최호선의 앞마당에 지어진 벙커를 두드리기도 했습니다.
리버로 견제를 시도한 진영화.(사진=아프리카tv 중계 캡처)
리버로 견제를 시도한 진영화.(사진=아프리카tv 중계 캡처)

셔틀에 리버와 질럿을 태운 진영화는 엔지니어링 베이를 건설하는 타이밍이 늦은 최호선의 본진과 앞마당에 리버를 내리면서 대박을 노렸습니다. 최호선이 SCV를 절묘하게 빼면서 피해를 최소화한 탓에 진영화는 리버의 스캐럽으로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시간을 충분히 끌었습니다.
리버는 테란의 본진에, 드라군은 테란의 미네랄 확장을 두드리고 있는 진영화.(사진=아프리카tv 중계 캡처)
리버는 테란의 본진에, 드라군은 테란의 미네랄 확장을 두드리고 있는 진영화.(사진=아프리카tv 중계 캡처)
무난하게 테크트리를 올린 진영화.(사진=아프리카tv 중계 캡처)
무난하게 테크트리를 올린 진영화.(사진=아프리카tv 중계 캡처)

셔틀과 리버가 테란의 앞마당과 본진에 떠 있었기에 최호선은 병력을 진출시키지 못했고 진영화는 확장 기지를 늘릴 시간을 벌었습니다. 3시와 1시에 넥서스를 지을 채비를 마쳤고 완벽한 자원전 양상으로 경기를 풀어갈 발판을 만들었죠.

◆아비터 대박
확장 기지를 완비한 진영화는 전투 준비까지 완료했습니다. 아비터를 생산해 마나를 채운 진영화는 중앙 지역에 드라군과 질럿을 배치하면서 최호선이 치고 나오는 타이밍에 포위 공격할 채비까지 마쳤지요.
스타 게이트를 3개까지 확보하고 플리트 비콘까지 건설한 진영화.(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스타 게이트를 3개까지 확보하고 플리트 비콘까지 건설한 진영화.(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스테이시스 필드를 쓰면서 질럿으로 탱크를 줄여주는 진영화.(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스테이시스 필드를 쓰면서 질럿으로 탱크를 줄여주는 진영화.(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최호선이 6시 확장 기지를 지키기 위해 언덕 위로 올라오자 진영화는 두 방향에서 덮쳤습니다. 아비터의 스테이시스 필드를 탱크 5기에 적중시켰고 질럿을 이동시켜 달라붙이면서 첫 탱크 10기를 손쉽게 잡아냈습니다. 최호선이 곧바로 제2 탱크 부대를 뒤쪽에 배치한 탓에 추가적인 이익을 보지는 못했지만 진영화는 아비터의 리콜을 테란의 앞마당과 본진에 성공시키면서 피해를 누적시켰습니다.

◆캐리어 전환이 낳은 불행의 씨앗
진영화는 스타 게이트를 3개까지 늘렸습니다. 아비터를 적극적으로 쓰는 전략에서 가끔 보여졌던-자원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들어올 경우-패턴일 수도 있었지만 진영화는 플리트 비콘까지 지으면서 캐리어로 전환을 꾀했습니다. 3개의 스타 게이트에서 꾸준히 캐리어를 모았고 테란의 견제를 캐리어로 막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골리앗 확보가 늦었던 최호선은 지상군을 잃었죠.
캐리어 양산 체제에 돌입한 진영화.(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캐리어 양산 체제에 돌입한 진영화.(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진영화가 아비터의 리콜을 활용해 최호선의 앞마당을 견제하고 있다.(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진영화가 아비터의 리콜을 활용해 최호선의 앞마당을 견제하고 있다.(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최호선은 지난 시즌 우승자답게 상황 판단이 무척 빨랐습니다. 대규모 부대를 이끌고 진격하기 보다는 게릴라 작전을 택했지요. 벌처 10여 기와 탱크 5기를 별똥대로 편성해 진영화의 1시 지역 확장으로 공격을 시도했고 골리앗으로는 진영화의 본진 근처 확장 기지인 6시 수비에 나섰습니다.
아비터 2차 리콜로 최호선의 본진을 두드리면서 6시는 캐리어로 공략하고 있는 진영화. 이 때까지만 해도 진영화의 낙승이 예상됐다.(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아비터 2차 리콜로 최호선의 본진을 두드리면서 6시는 캐리어로 공략하고 있는 진영화. 이 때까지만 해도 진영화의 낙승이 예상됐다.(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화력과 수량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던 진영화는 캐리어로 신나게 공격했습니다. 그러던 사이에 자신의 1시와 11시 본진에 지어 놓은 넥서스가 모두 깨졌죠.

◆돈이 없어요!
확장 기지 숫자가 갑자기 줄어든 진영화는 자원난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3시 지역밖에 자원을 수급하는 곳이 없었고 그마저도 최호선의 탱크 3기에 의해 캐논 방어선이 무너졌지요. 11기나 되던 캐리어는 골리앗의 포화에 맞으면서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죠.
진영화가 가져간 1시 지역을 탱크로 공략하는 최호선.(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진영화가 가져간 1시 지역을 탱크로 공략하는 최호선.(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캐리어로 최호선의 6시 커맨드 센터를 파괴했지만 진영화의 1시 확장은 날아갔다.(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캐리어로 최호선의 6시 커맨드 센터를 파괴했지만 진영화의 1시 확장은 날아갔다.(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중요한 포인트는 캐리어의 화력을 담당하는 인터셉터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인터셉터가 6, 7개씩은 있었던 진영화의 캐리어였지만 2분이 지난 뒤에는 1~3개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심지어 2~3기는 인터셉터가 아예 없는 상황까지 만들어졌죠.
테란의 자원줄을 끊기 위해 캐리어를 동원했지만 11시 넥서스도 파괴되고 말았다.(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테란의 자원줄을 끊기 위해 캐리어를 동원했지만 11시 넥서스도 파괴되고 말았다.(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마지막 자원줄인 3시마저 넥서스가 무너졌다.(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마지막 자원줄인 3시마저 넥서스가 무너졌다.(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비록 최호선 또한 커맨드 센터가 대부분 파괴되면서 자원을 수급할 곳이 없었지만 깡통이 되어 버린 캐리어보다는 훨씬 강력했습니다. 골리앗이 미사일을 쏠 때에는 돈이 들지 않지만 캐리어는 인터셉터가 있어야만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김태형 해설 위원은 이 상황을 보면서 이렇게 비유했습니다. 인터셉터 없는 캐리어는 오버로드일 뿐이라고요.

◆보여주기식 플레이의 폐해
진영화는 최호선을 상대로 이겼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아비터로 테란의 주병력을 끊어냈고 1시와 11시에도 안정적으로 확장 기지를 가져갔기 때문이지요. 병력의 숫자나 자원 수급에서 모두 앞서 있었기에 진영화는 마음 속에 거품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최호선이 지난 시즌 우승자이고 16강 조를 편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뽑은 것에 대해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요.
캐리어의 인터셉터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캐리어의 인터셉터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그 결과는 캐리어 생산으로 이어졌습니다. 11기까지 캐리어를 모으면서 자신감은 확신이 됐지요. '이길 수 있어! 아니 이겼어! 승리는 확정됐으니 안드로메다행 버스를 태울거야!'라는 식인거죠.
드디어 인터셉터가 없는 캐리어가 한 기씩 보이기 시작했다.(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드디어 인터셉터가 없는 캐리어가 한 기씩 보이기 시작했다.(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사실 캐리어가 늘어나면 지상군의 숫자를 확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200까지 채울 수 있는 스타1의 인구수 한계상 일꾼 50여 기, 캐리어 11기 정도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나머지 80 정도를 질럿과 드라군으로 채울 수 있지만 150을 벌처, 탱크, 골리앗으로 확보한 테란의 병력과 정면 대결을 하기는 쉽지가 않지요.

'서킷브레이커' 맵에서 캐리어는 꽤나 유용한 유닛입니다. 확장 기지 근처마다 언덕이 있기에 골리앗 사거리 밖에서 두드리면 금세 피해를 줄 수 있지요. 하지만 최호선은 소수 병력을 효과적으로 쓰면서 지상군이 적었던 진영화의 단점을 활용했죠. 몇 기 되지 않는 벌처와 탱크의 조합으로 1시와 11시 넥서스를 깨뜨린 것이 그 사례입니다.
최호선의 골리앗이 마음 놓고 진영화의 캐리어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최호선의 골리앗이 마음 놓고 진영화의 캐리어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사진=아프리카tv 중계 화면 캡처)

과도한 자신감을 앞세웠던 진영화는 결국 캐리어를 깡통으로 만들면서 패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구수를 유지하면서 아비터를 지속적으로 뽑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1시와 11시에 게이트웨이를 지어서 병력을 충원했다면 쉽사리 넥서스가 파괴되지는 않았겠죠. 리콜로 방어할 수도 있고요. 지속적으로 포지를 돌려 업그레이드를 따라 갔다면 테란 메카닉 유닛과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찌됐든 진영화의 보여주기식 운영이 깡통 캐리어라는 극적인-최호선에게는 극적이었지만 진영화에게는 비극적이었던-장면을 만들어내 핵심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남윤성 기자

the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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