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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스타2의 '김캐리'는 김유진

남윤성 기자

2016-03-16 13:03

우주모함으로 새로운 전략을 선보이고 있는 진에어 그린윙스 김유진.
우주모함으로 새로운 전략을 선보이고 있는 진에어 그린윙스 김유진.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에서 프로토스 유닛 중에 캐리어가 있습니다. 광물이 가장 많이 드는 비행 유닛인데요. 퉁퉁한 몸매만큼이나 느릿느릿 이동합니다. 인터셉터를 태워 공격하는 이 유닛은 인터셉터가 공격을 당해서 모두 파괴되면 깡통이 되어 버립니다. 자체 공격 능력이 없기 때문에 드라마 같은 장면을 자주 연출하기도 했죠. 임요환과 도진광의 '패러독스' 맵에서 열린 경기에서 자원이 모두 떨어진 도진광이 임요환의 골리앗에 의해 인터셉터가 모두 파괴되면서 '깡통'이 되어 버린 사건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캐리어는 테란전에서 자주 쓰였는데요. 골리앗의 효용성이 높아지면서 아비터에게 자리를 내줬지요. 아비터의 마나가 찰 때마다 리콜을 시도했을 때 효용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캐리어는 보기 어려운 유닛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인이 돼버렸고 가끔 경기에서 캐리어가 쓰이면 김태형 해설 위원이 '아, 캐리어 가나요?'라는 멘트를 자주 날렸고 캐리어를 사랑한다는 평을 받았죠. 그래서 김 해설 위원은 '김캐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로 개편되면서 캐리어의 이름은 우주모함으로 바뀌었습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스타2를 한국에 서비스하면서 완전히 한글화시키면서 캐리어라는 익숙한 이름 대신 우주모함이라고 개명시켰죠. 극적인 이름을 잃어버려서인지 캐리어는 공식전에서 거의 쓰이지 않았습니다. 예언자, 불사조, 폭풍함 등 쓸모가 많은 유닛들이 추가됐기 때문이겠죠,

자유의 날개와 군단의 심장을 지나 공허의 유산으로 넘어오면서 캐리어(우주모함)은 엄청난 버프를 받았습니다. 요격기(인터셉터)의 숫자를 늘려주는 업그레이드를 굳이 하지 않아도 8개의 슬롯이 생긴 것이 버프 중에 하나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리어는 쓰이지 않았고 여전히 고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최근 캐리어는 진에어 그린윙스의 프로토스 김유진에 의해 재조명되고 있는데요. 테란전에서 선을 보인 이후 프로토스전에서도 기용되면서 파괴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삼성 갤럭시 테란 서태희와의 대결에서 등장한 우주모함.
삼성 갤럭시 테란 서태희와의 대결에서 등장한 우주모함.

◆테란전에 등장한 우주모함
김유진은 지난 8일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6 1라운드 5주차에서 우주모함을 썼습니다. 삼성 갤럭시 서태희와 '어스름탑'에서 펼쳐진 대결에서 선을 보였는데요. 장기전으로 치닫자 카운터 유닛으로 우주모함을 생산했습니다.

서태희가 해병과 의료선, 해방선을 모으면서 힘을 주자 김유진은 고위기사와 광자포로 수비 라인을 구성하면서 우주관문을 늘렸습니다. 사거리가 엄청나게 긴 폭풍함을 모을 시간을 벌려 했죠. 예언자의 계시를 테란의 병력에게 맞히면서 병력 이동을 확인한 김유진은 폭풍함 6기와 고위기사의 8기로 수비해냈습니다.

서태희의 지상군 공격을 폭풍함과 고위기사로 막아내는 모습.
서태희의 지상군 공격을 폭풍함과 고위기사로 막아내는 모습.

9시에도 연결체를 지은 김유진은 폭풍함을 10기까지 모은 뒤 자연스럽게 우주모함으로 넘어갔습니다. 인구수가 허용하는 범위까지 우주모함을 생산한 김유진은 수비는 폭풍함과 우주모함으로, 견제는 사도로 해냈습니다.

해병과 불곰 중심이었던 서태희가 바이오닉 병력을 견제용으로 쓰면서 체제를 해방선과 바이킹으로 전환하면서 우주 대전이 벌어졌는데요. 우주모함을 앞쪽에 배치하고 뒤에서는 폭풍함으로 두드린 김유진은 요격기만을 잃는 선에서 대승을 거뒀습니다.

서태희의 해방선과 바이킹을 우주모함과 폭풍함으로 제압한 김유진.
서태희의 해방선과 바이킹을 우주모함과 폭풍함으로 제압한 김유진.

그 뒤로는 말할 것 없이 김유진의 세상이었죠. 서태희의 3시 확장에 지어져 있던 3개의 사령부를 순식간에 파괴한 김유진은 고위기사와 집정관만을 추가하면서 우주모함과 폭풍함의 조합으로 서태희를 무너뜨렸습니다. 김유진에게 프로리그 첫 승이었고 진에어가 포스트 시즌에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이었죠.

◆프로토스전에도 쓴다고?
김유진의 우주모함 사랑은 프로토스전에서도 등장했습니다. 14일 SK텔레콤 T1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김유진은 신예 프로토스 박한솔을 상대로 우주모함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모선을 띄우면서 SK텔레콤 T1 박한솔의 첫 공격을 방어한 김유진.
모선을 띄우면서 SK텔레콤 T1 박한솔의 첫 공격을 방어한 김유진.

흐름은 테란전과 비슷했습니다. 박한솔이 우주관문에서 불사조를 모으자 예언자로 견제를 시도했던 김유진은 전략을 선회했습니다. 예언자 견제가 통했더라면 불사조를 모으면서 탐사정 견제를 했겠지만 박한솔이 이미 불사조를 4기까지 모은 것을 보자마자 수비적인 자세로 전환했죠.

불사조 1기로 박한솔의 체제를 계속 정찰하면서 추적자와 광전사로 병력을 구성하던 김유진은 우주관문을 3개까지 늘리면서 체제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김유진의 우주모함이 1기 생산된 시점에 박한솔이 집정관과 광전사, 불멸자, 추적자 등 지상군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김유진은 위기를 맞습니다.

우주모함이 뜬 이후 김유진의 수비 라인은 더욱 탄탄해졌습니다.
우주모함이 뜬 이후 김유진의 수비 라인은 더욱 탄탄해졌습니다.

김유진은 두 개의 보험을 들어 놓았죠. 바로 고위기사의 사이오닉 폭풍과 모선이었습니다. 광전사를 앞세워 박한솔이 공격하자 김유진은 광자과충전을 수정탑에 연이어 걸면서 상대의 광전사들에게 사이오닉 폭풍을 적중시켰습니다. 맷집이 되어야 할 광전사가 녹아내리자 박한솔은 병력을 뒤로 뺐고 그 때 모선이 등장합니다. 모선의 대표적인 기능은 은폐장입니다. 스타1에서 아비터가 가졌던 은폐의 기능과 비슷하지만 모선은 건물까지도 가려줄 수 있기에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까다롭기 그지 없습니다.

박한솔의 공격을 한 차례 뒤로 물린 김유진은 우주관문에서 지속적으로 우주모함을 모았고 8기까지 확보했습니다. 정면 대결에서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박한솔이 차원분광기를 통해 광전사와 암흑기사를 소환하면서 견제했지만 김유진은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모선의 귀환 기능을 활용해 우주모함만을 대동하고 수비에 나선 김유진.
모선의 귀환 기능을 활용해 우주모함만을 대동하고 수비에 나선 김유진.

우주모함과 지상군을 동반해 박한솔의 확장 기지를 연파한 김유진은 모선의 대규모 귀환 기능을 활용해 우주모함만 본진으로 복귀시켰습니다. 지상군으로는 박한솔의 잔여 건물을 파괴하고 자신의 진영에 들어온 집정관과 추적자 등은 우주모함으로 정리하면 된다는 판단이었죠.

◆우주모함을 쓰는 이유
김유진이 왜 우주모함을 썼을까요? 서태희와의 경기가 끝난 뒤에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김유진은 "'어스름탑'이라는 맵에서 테란의 플레이 스타일 때문에 폭풍함과 우주모함 전략을 구사했다"라고 밝혔는데요. 해방선으로 견제만 하면서 힘을 쌓은 뒤에 한 번에 밀고 내려오는 테란의 조합을 지상군만으로는 막기 어려웠기에 이 조합을 구성했다고 합니다.

김유진은 "우주모함이 약해 보이기는 해도 모이면 정말 세다"며 "공허의 유산으로 넘어오면서 버프를 받았기에 몇 번 써봤는데 정말 좋아서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유진의 스타일과 우주모함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데요. 김유진은 중반전에 세밀한 컨트롤을 요하는 싸움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초반 전략으로 상대를 궁지에 몰아 넣으면서 이미 이긴 싸움을 펼치든지, 완벽한 조합을 갖춘 뒤 200 싸움을 시도하는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공허의 유산은 기존 버전과 달리 일꾼 12기로 시작하기에 초반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김유진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광자포 러시 같은 전략을 쓰기가 애매해졌죠. 그러다 보니 김유진은 극후반 전략인 200 싸움을 유도하는 쪽으로 패턴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전으로 치달았을 때 프로토스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카드는 역시 우주모함이겠죠.

김유진이 새롭게 발견한 우주모함 덕분에 스타2를 보는 재미가 또 하나 생겼네요. 그동안 '빅가이'라고 불렸던 김유진을 '김캐리'라는 닉네임으로 부르면 어떨까요.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남윤성 기자

the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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