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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칠전팔기 손대영의 차이나드림

강성길 기자

2016-08-29 00:44

[기자석] 칠전팔기 손대영의 차이나드림
팀 성적이 바닥을 기었다. 팀이 지면 모든 포화가 선수가 아닌, 코칭 스태프에게 집중됐다. 온갖 욕이 날아들었다. 포기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그는 단단했다. 바깥에서 보는 시선과는 달리 내부에서, 선수들에게 그는 단단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팀이 좋은 성적을 못내자 그는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뭐, 정확히 말해 잃은 건 아니었다. 코치에서 감독으로 연봉을 높여서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고사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코칭 스태프로서 실력을 인정 받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그는 중국으로 건너갔다.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누구나 아는 중국 명문 팀의 코치로 스카웃 되서 갔지만 느닷없이 구단주가 2군 팀을 이끌어줄 것을 원했다. 2군 선수 명단을 쭉 보니 '알겠다'는 답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일단 이름이 알려진 선수가 아무도 없어서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처음 몸담은 팀은 EDG다. 중국의 SKT T1같은 팀이다. 중국 최고의 팀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다. 그런데 아무도 모르는 2군 선수들을 데리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처음 중국으로 건너간 것은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좋은 성적을 내고자 하는 마음이었지만, 아무도 모르는 선수들과 롤드컵에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두 시즌 만에 그 팀을 롤드컵에 올렸다. 기적같은 일을 이뤄낸 이 사람, IMAY(이하 아이메이) 손대영 감독의 이야기다.

[기자석] 칠전팔기 손대영의 차이나드림

손대영 감독은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팀 코칭 스태프 중 가장 욕을 많이 먹은 사람이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CJ의 코치였던 것이 컸겠지만, 지닌 바 능력에 비해 팀이 성적을 못내면서 빛을 못 본 케이스다.

손대영 감독은 중국에 건너가 EDG 2군 팀을 지도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다. 워낙 욕을 많이 들었기에, 팀을 1군에 올려놓고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을 때 성과를 얘기하고 싶어했고, 자신이 중국에 와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손대영은 중국에 건너가서 EDG 2군 팀을 맡자마자 팀을 중국 1부 리그로 올렸다. 그리고 그 다음 시즌, 감독에 올라 팀을 롤드컵에 진출시켰다. 생긴 것만 봐도 알겠지만 그는 굉장히 털털하다. 그래서 자신이 힘든 것을 얘기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마음 고생은 누구보다 심했을 터. 중국 선수들은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하다. '내'가 없으면 팀이 굴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손대영이 있는 팀은 다르다. '나'가 아니라 '우리'가 있어서 이기는 거다.

쉽진 않았지만 특유의 친화력, 포용력으로 그렇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 시즌 만에 롤드컵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아이메이 선수들은 처음에는 손대영을 부정했지만 이제는 '사령탑'으로 인정한다. 중국에서 2부 리그에 있다가 한 시즌 만에 롤드컵에 간 팀은 아이메이가 유일하다.

이 칼럼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팀 성적이 나쁘다고 코칭 스태프의 역량 탓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거다. 손대영 감독은 중국에 건너간 뒤 재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그 어느 곳보다 깐깐한 국내 팬들에게서.

누구나 나약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간 손대영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강성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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