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뉴
닫기

닫기

[기자석] '빅클럽' 프로게이머도 간다

이시우 기자

2016-10-18 14:37

[기자석] '빅클럽' 프로게이머도 간다
해외 정통 스포츠 클럽들의 e스포츠 시장으로의 진출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럽 축구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 2015년 1월 터키의 명문 스포츠 클럽 베식타스가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창단한 것을 시작으로 독일의 VfL 볼프스부르크, 잉글랜드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스페인의 발렌시아 CF, 포르투갈의 스포르팅 리스본, 네덜란드의 아약스 등이 리그 오브 레전드, 하스스톤, 피파 시리즈 등의 프로게이머들을 영입하면서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시티,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망, 터키의 페네르바체 SK까지 e스포츠 시장 진출 대열에 합류하면서 이른바 '빅클럽'들도 가세하고 있는 추세다. 유럽은 아니지만 브라질에서도 명문 클럽인 산투스 FC가 e스포츠 팀을 창단했다.

위에서 나열한 클럽들은 축구 선수들에게 있어 선망의 대상과도 같다. 팬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국내 선수들의 이적 링크가 나오기만 해도 팬들을 충분히 흥분시킬 수 있을만한 이름값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빅클럽'이 하나둘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고, 이 속도라면 향후 3년 내에 유럽 축구 팀의 1/4 정도는 e스포츠 팀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축구에서만 보던 명가들의 더비를 e스포츠에서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스페인에서는 세비야, 레알 소시에다드, 알라베스, 레알 사라고사 등 1부와 2부 리그 팀들이 주축이 돼 피파17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팀과 대회가 증가해 프로게이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면, 기량과 잠재력 등을 인정받은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제 유럽 '빅클럽'에 소수의 축구 엘리트만 입성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게이머도 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상상해보라. 한국 프로게이머가 축구 선수도 이루지 못했던 파리 생제르망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을. 특히 파리 생제르망은 최근 후마의 시드권을 사들이면서 유럽 리그 오브 레전드 2부 리그 참가가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 선수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은 곳 중 하나다.

매년 파이가 커지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4강에 한국 팀이 세 팀이나 진출했고, 총 상금이 2백억 원을 돌파한 도타2 디 인터내셔널에서도 한국 팀이 6강에 진출하는 등 쾌거가 잇따르고 있지만, e스포츠 전문 매체를 제외한 유력 매체나 공중파에서는 이와 관련된 소식을 찾아보기가 힘든 현실이다.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 뉴스 속 짧은 소식으로 지나갈 뿐이다.

ESPN과 키커 등 해외 외신들이 앞 다투어 e스포츠 부서를 만들고, CNN과 TBS, BBC 등이 e스포츠를 집중 조명하는 것과 크게 비교가 된다. e스포츠 종주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여전히 e스포츠가 홀대받는 현실에서 프로게이머가 축구 선수보다 먼저 '빅클럽' 입성을 이룬다면, 조금이나마 유력 매체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스포츠 뉴스에서 매일같이 롤챔스 소식을 다룬다면 지금과는 그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프로게이머들의 '빅클럽' 입성이 기대되는 이유다.

누군가는 '허황된 꿈'이라 치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불과 1년 전 샤킬 오닐과 릭 폭스가 한국의 프로게이머들과 함께 일할 것이라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e스포츠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한국 선수들은 그 중심에 있다. '빅클럽'에 갈 날이 머지않았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이시우 기자

siwoo@

HOT뉴스

최신뉴스

주요뉴스

유머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