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를 움직인 고동빈은 kt 롤스터의 상징이라 봐도 무방하다. 고동빈 또한 자신의 존재감을 아는만큼 해외 진출 대신 "우승할 때까지 노예가 되겠다"며 자리를 지켰다. 덕분에 송경호와 고동빈의 듀오를 볼 수 있는 팬들의 마음은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우승을 목표로 똘똘 뭉친 송경호와 고동빈. 즐거움과 진지함이 공존했던 두 사람과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조금은 부족한 두 사람
Q 같은 팀이 되기 전 서로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었나.
A 송경호=게임 내적으로는 안정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피지컬은 조금 달리지만 머리를 잘 쓰면서 게임을 풀어가는 선수구나 했죠. 게임 외적으로는 나이가 조금 있으시다보니 맏형처럼 든든하게 챙겨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A 고동빈='스멥'하면 '세계 최고의 톱라이너' 후보에 빠지지 않는 선수잖아요. 그래서 경기력에 대해선 좋게 보고 있었어요. 외적으로 봤을 땐 얼굴이 성실하고 착해 보이잖아요. 락스 타이거즈에서 개인 방송을 할 때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럴 줄 몰랐어요.
Q 짧은 기간이나마 같이 생활해보니 어떤가.
A 고동빈=착하고 성실할 줄 알았는데 특이한 친구예요. A 송경호=제가 독특한 면이 있는데 그 부분을 맞춰줄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거의 뭐 확실하더라고요.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Q 독특한 면이라는 것은 어떤 때 드러나는 건가.
A 고동빈=기본적으로 밑바탕에 깔려 있어요. 특정 상황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예요.
A 송경호=게임하다가 소리 지르는 것은 기본이고, 뜬금없이 춤을 추고 이상한 표정을 짓기도 해요. 그런 부분이 잘 맞더라고요.
Q 워크숍에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이 친해졌나.
A 고동빈=사실 워크숍이 없었어도 친해졌을 것 같아요. 하지만 kt 롤스터 사무국이 보내주신 덕분에 더 친밀해졌죠. 감사하게 생각해요.
A 송경호=이런 사회 생활을 많이 배워야 해요. 사무국을 언급하는…. 꼭 배우겠습니다.
Q '이 부분은 내가 더 낫다' 싶은 것이 있나.
A 고동빈=제가 조금 더 잘 씻는 것 같아요. 이 친구가 잘 안 씻더라고요. 그 부분은 확실하지 않나 싶네요. 제 청결이 더 뛰어납니다.
A 송경호=반박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더 나은 점보다는 부족한 점을 꼽기가 쉬울 것 같아요. 나은 점을 말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네요.
Q 외모는 누가 더 낫다고 보는가.
A 고동빈=기사를 보시는 분들이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해요. 팬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A 송경호=별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Q 두 선수 모두 노래로 유명세를 떨쳤다. 서로의 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송경호=노래방에 간 적이 있는데 제가 감성이 특출나서 그런지 노래를 부르는데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조금 당황했어요.
A 고동빈=애절하게 부르길래 가수인 줄 알았어요. 전 노래를 재미로 하는 편인데 이 친구는 굉장히 진지해요.'이 친구 진짜다' 싶었죠.
Q 합숙 생활의 폭로를 하자면.
A 송경호=아직 지낸 시간이 길지 않아서…. 그래도 폭로 하자면 배가 좀 나왔죠.
A 고동빈=딱히 폭로라고 할 것이 없어요. 많이 시끄러운 정도? 솔로 랭크할 때 많이 시끄러운데 사실 한 명 더 있어서.
A 송경호=본인 얘기인가요?
A 고동빈='마타' 조세형이 시끄러워요. 그 친구가 진짜예요. 송경호는 새 발의 피죠.
◆부족함을 메우는 우승에 대한 열망
Q 2016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A 고동빈=언제나처럼 2016년도 아쉬운 해였어요. 우승에 근접했었다고 생각했는데 월드 챔피언십조차 진출하지 못했잖아요. 커리어를 쌓지 못해 아쉬워요.
A 송경호=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한 끗 차이로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거든요. 그래도 열심히 한만큼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Q 송경호는 '세최톱'이라는 평가를 들었는데.
A 송경호=개인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죠. 물론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압박감이 커졌고, 그 때문에 슬럼프가 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잘 극복했죠. 앞으로 어떤 타이틀이나 관심을 받더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Q 가장 아쉬운 순간은 언제였나.
A 고동빈=옆에 주인공이 있는데…. LoL 챔피언스 코리아 2016 서머 결승전에서 송경호에게 내셔 남작을 뺏겼을 때가 생각나요. 제가 실수한 거니까 누구를 탓할 수는 없죠. 그런데 경기 내용을 다 떠나서 내셔 남작 체력 2가 남았던 상황이 계속 아쉽더라고요. 더욱이 2등까지 해서 마음에 상처가 됐죠.
Q 내셔 남작 스틸에 대해 고동빈이 구박하지 않던가.
A 송경호=사실 약간 걱정했는데 장난스럽게 받아치는 정도예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냥 앞으로 내가 내셔 남작 잘 먹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강타 편하게 쓰라고 말하고 있어요.
저는 롤챔스 2016 스프링 결승이 가장 아쉬워요. 정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롤드컵 2016 4강전도 마찬가지고요. 그 두 순간이 가장 생각나네요.
Q kt 롤스터가 새로운 진용을 갖췄다. 준비는 잘 돼가나.
A 고동빈=연습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잘 맞아요. 조금 더 맞춰야 할 부분이 있지만 빠른 시일 내로 강력한 팀이 될 것 같아요.
A 송경호=5명 전부 의지가 대단해요. 감독님과 코치님도 마찬가지고요. 정말 강력한 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Q SK텔레콤 T1이 라이벌로 꼽히고 있다.
A 송경호=넘고 싶은 팀이예요. 우리가 아쉬웠던 마음을 똑같이 갚아주고 싶어요. 진짜 화도 나고 짜증도 났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A 고동빈=SK텔레콤이 많은 것을 가져갔잖아요. 이제는 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우리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죠.
Q SK텔레콤과의 라인전은 자신있나.
A 송경호='후니' 허승훈 선수와 붙어본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현재 자신감에 차있는 상태고, 동료들이 잘 도와준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서 허승훈 선수가 자랑하는 플레이에 잘 대처할 수 있어요. 재밌는 경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A 고동빈='피넛' 한왕호 선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멤버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조금 적응이 필요하겠죠. 적응이 끝난 후에는 양강 체제가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한왕호 선수가 귀여워서 차마 밟겠다는 표현은 못 쓰겠네요.
Q 다음 시즌의 목표는.
A 고동빈= 무조건 우승이죠. 우승우승우승우승.
A 송경호= 우승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것만큼은 채워 줘
Q 송경호가 어떤 톱 라이너가 되길 바라나.
A 고동빈=지금도 워낙 잘 하고 있어요. 좋아요. 지금처럼만 해서 '마린' 장경환 선수만 꺾어주면 될 것 같습니다.
Q 고동빈이 어떤 정글러가 되길 바라나.
A 송경호=지금 정글러가 강력한 메타잖아요. 얼른 하향돼서 정글러들이 와드나 박으면서 보조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뒤에서 대기하면서요. 너무 강력한 것 같아요. 빠른 시일 내에 하향이 됐으면 좋겠네요.
A 고동빈=지금 너무 좋아요. 톱이 탱커 메타가 될 것 같은데 송경호가 든든하게 맞아주겠죠. 샌드백이 됐으면 좋겠네요.
Q 서로에게 하고싶은 말은.
A 송경호=톱이 탱커 메타라서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러니 캐리 부탁해!
A 고동빈=메타에 상관없이 라인전만 이기고 숨만 쉬면 좋겠네요. 그럼 고속도로 달리듯 이길 수 있죠.
A 송경호=숨만 쉬는거랑 라인전 이기는 것은 반대인데?
A 고동빈=죽지만 않으면 캐리해줄테니까 걱정말고, 패치노트 읽지 말고 탱커나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딜러 메타가 돌아와도 탱커는 할 수 있잖아요.
A 송경호=훈훈하게 끝내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 피드백을 할 때 들을 것은 듣고 무시할 것은 무시해야 해요. 그렇게 피드백을 조율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싶은 말.
A 고동빈=멤버가 많이 바뀌어서 기존 kt 팬분들은 낯설거예요. 하지만 kt하면 '스코어'잖아요. 제가 남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kt 롤스터가 강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A 송경호=이적하고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적응도 잘 했고요.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응원과 기대 부탁드릴게요.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