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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전 전패' 리 신은 왜 저주에 빠졌을까

남윤성 기자

2017-01-20 10:39

리그 오브 레전드의 대표적인 정글러 챔피언인 리 신.
리그 오브 레전드의 대표적인 정글러 챔피언인 리 신.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스플릿(이하 롤챔스)이 개막한 지 3일이 지난 가운데 명경기가 쏟아지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K텔레콤 T1과 kt 롤스터가 승리한 경기를 제외한 모든 매치가 2대1로 끝날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면서 각 팀들의 전력 차이가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3일 동안 치러진 6개의 매치, 18세트 가운데 가장 눈 여겨볼 대목은 리 신의 8전 전패다. 2016년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과 KeSPA컵, IEM 경기에서 정글러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챔피언이자 높은 승률을 올렸던 리 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롤챔스에서 전패를 기록하고 있을까.

2017 시즌 롤챔스에 등장한 챔피언별 성적으로 붉은 네모 안이 리 신(자료=lol.esportswikis.com 발췌).
2017 시즌 롤챔스에 등장한 챔피언별 성적으로 붉은 네모 안이 리 신(자료=lol.esportswikis.com 발췌).

2016년 리 신의 활약은 대단했다. 너무나 강력했던 니달리가 대부분의 경기에서 금지 당하면서 리 신은 올라프, 엘리스와 함께 정글러 3대장으로 활약했다. 올라프의 승률이 18승18패로 5할, 엘리스가 10승19패로 34.5%에 그쳤지만 리 신은 21승16패, 56.8%를 기록했다.

KeSPA컵에서도 22번이나 사용되면서 가장 많이 쓰인 정글러 챔피언으로 꼽혔던 리 신은 성적이 9승13패로 저조했지만 락스 타이거즈 소속 '피넛' 한왕호의 승리 공식이라 불렸다. 곧이어 열린 IEM 경기에서 리 신은 정글러 챔피언 가운데 렉사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3번 사용됐고 8승5패를 기록했다.

전성기를 맞았을 때 리 신은 다양한 플레이로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줬다. 음파를 맞춘 뒤 안으로 파고 들어 원거리 딜러나 미드 라이너를 용의 분노로 빼온다든지, '당구킥'을 성공시켜 여러 챔피언들을 공중에 띄우면서 진영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용의 분노의 데미지까지 잘 나왔으니 리 신은 강력한 정글러 챔피언으로 입지를 다졌다.

리 신에 대한 하향 패치 내용(자료=라이엇게임즈 홈페이지 발췌).
리 신에 대한 하향 패치 내용(자료=라이엇게임즈 홈페이지 발췌).

2017년 들어 처음으로 진행된 패치에서 리 신은 궁극기인 용의 분노의 데미지가 3/4로 줄어들었다. 레벨에 따라 200/400/600의 피해량을 줬지만 150/300/450으로 감소한 것. 라이엇게임즈는 패치 노트를 통해 '리 신의 R-Q-Q 콤보를 제대로 맞고도 죽지 않을 챔피언은 거의 없었다'라는 한 마디로 하향의 이유를 밝혔다.

하향됐음에도 불구하고 17일 개막전부터 리 신은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다. kt 롤스터와 락스 타이거즈의 개막전 1세트에서 금지됐던 리 신은 2세트에서 풀리자마자 락스가 가져갔고 0킬 4데스 7어시스트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패했다. 이후 삼성 갤럭시 '앰비션' 강찬용과 '하루' 강민승, 롱주 게이밍 '크래시' 이동우, 진에어 그린윙스 '엄티' 엄성현, 콩두 몬스터 '펀치' 손민혁까지 6명의 선수가 8번 사용했고 모두 패했다.

2017 시즌 정글러 챔피언들의 성적표로 붉은 네모 안이 리 신(자료=lol.esportswikis.com 발췌).
2017 시즌 정글러 챔피언들의 성적표로 붉은 네모 안이 리 신(자료=lol.esportswikis.com 발췌).


리 신의 승률이 급격히 떨어진 이유는 두 가지로 파악할 수 있다. 우선 군중 제어기가 많은 서포터 챔피언들이 주류로 등장하면서 활용도가 떨어졌다. 최근에 유행하는 서포터 챔피언은 자이라와 말자하다. 자이라는 8번 쓰여 6승2패, 말자하는 5번 쓰여 4승1패를 기록하면서 고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자이라는 라인전과 대규모 교전 모두 강력하다는 평을 받고 있고 말자하는 중후반 교전에서 상대 팀의 탱커를 무력화시키는 능력이 발군이다.

두 챔피언의 공통적인 특징은 리 신을 무력화시키기에도 좋다는 것. 자이라는 휘감는 덩굴로 리 신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거나 추가 행동을 하려고 할 때 묶을 수 있다. 말자하도 리 신 접근시 공허의 부름으로 침묵시켜 추가 행동을 막을 수 있고 여차하면 황천의 손아귀를 리 신에게 쓰면서 제압할 수 있다. 상대하는 팀이 리 신을 묶기 위해 이 챔피언들을 쓰지는 않았겠지만 부수적인 효과로 리 신의 활동 폭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리 신 사용시 상대 팀 서포터 목록
'8전 전패' 리 신은 왜 저주에 빠졌을까


두 번째 이유는 수비시 리 신의 역할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리 신을 고른 선수들은 대부분 초반에는 킬이나 어시스트를 가져가면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18일 SK텔레콤과 경기한 '엄티' 엄성현이나 19일 락스 타이거즈와의 2세트에서 '펀치' 손민혁 모두 준수한 성적을 내면서 성장세에 가속이 붙는 듯했다. 하지만 중대규모 교전에서 팀이 대패하면서 수세로 전환됐고 리 신의 한계가 드러났다.

리 신의 유용성은 2~3명이 벌이는 전투에서 극대화된다. R-Q-Q 콤보로 데미지를 입히거나 Q-R로 진영을 무너뜨리는 일도 5대5에서는 쉽지 않다. 더욱이 상대 조합이 탱커와 딜러로 잘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포킹이 가능한 챔피언까지 있다면 리 신은 음파를 맞히더라도 들어갈 여지가 거의 없다. 과거 '인섹' 최인석이 자주 보여줬던 허리 끊고 들어가기 작전도 꼼꼼하게 와드를 매설하고 조금씩 전진하는 지금 시대에는 나오기 어렵다.

3일 동안 롤챔스에서 드러난 결과만으로 리 신의 시대가 끝났다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부진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리 신을 쓰지 않을 상황도 아니다.

정글러 챔피언 가운데 카직스, 올라프, 렝가가 호성적을 내고 있고 올라프를 제외한 카직스, 렝가는 10밴 중에 대부분 포함되기 때문에 리 신은 계속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8전 전패를 당하면서 저주(?)에 휘말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지만 징크스나 저주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맹인 컨셉트인 리 신의 심미안을 깨워줄 파일럿이 누구인지 기대하는 것도 리그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남윤성 기자

the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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