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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페네르바체의 심장' 김태일 "잊혀지지 않는 선수 되겠다"

남윤성 기자

2017-04-26 09:40

[피플] '페네르바체의 심장' 김태일 "잊혀지지 않는 선수 되겠다"
한국 사람들에게 페네르바체라는 이름은 친숙하다. 여성 배구 선수로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공격수로 알려져 있는 김연경이 속한 팀이기 때문이다. 페네르바체는 터키 이스탄불을 연고로 하는 종합 스포츠클럽이다. 여자 배구 클럽 이외에도 농구, 축구, 남자 배구, 탁구 등 여러 종목을 휘하에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프로게임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롱주 게이밍에서 활동하던 김태일은 2017 시즌을 앞두고 페네르바체 리그 오브 레전드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리그인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에서 뛰던 선수가 일반인들에게는 대회가 있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은 터키로 갔다는 점은 이례적이었다.

김태일은 왜 터키를 택했고 어떻게 지냈는지, 무엇을 목표로 뛰고 있는지 직접 들었다.

[피플] '페네르바체의 심장' 김태일 "잊혀지지 않는 선수 되겠다"

◆터키에서 온 러브콜
김태일은 인크레더블 미라클(이하 IM)의 주전 미드 라이너였다. 에일리언웨어 아레나에서 데뷔한 김태일은 IM과 롱주 게이밍을 통해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개인기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우직하게 라인을 지켜내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왜 터키로 갔을까.

"2014년부터 롤챔스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내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2016년 롱주 게이밍이 포스트 시즌을 노리면서 여러 선수들을 받아들였고 '코코' 신진영을 영입했어요. 제가 후보로 내려갔고 실제로 기회가 거의 오지 않았죠."

주전 자리를 내준 김태일은 게임에 대한 열의를 잃고 은퇴까지 고민했다. 단순히 경기에 뛰지 못하는 것 뿐만 아니라 연습 경기 기회도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프로게이머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솔로 랭크만 해야 하는 현실이 싫었다. 강동훈 감독에게 집에 내려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집에 내려가서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시청자의 마음으로 경기를 봤어요. 미드 라인전만 보는 게 아니라 정글러와 서포터의 움직임, 교전을 위해 합류하는 시간 등을 꼼꼼히 봤어요. 상대 팀 움직임까지도 확인하며 보다 보니 당시 롱주의 부족한 점이 제대로 보이더라고요. 시야가 넓어졌죠."

스프링 1라운드를 마치고 로스터에 재합류한 김태일은 10세트에 출전해 6승4패를 기록했다. 서머 스플릿에서는 기회가 조금 더 늘어 17세트를 뛰면서 10승7패로 59%의 승률을 달성했다. 롱주 게이밍이 스프링과 서머 모두 4할에 머물렀던 것을 봤을 때 김태일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절실함이 만들어낸 승률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때 저와 같이 출전하는 파트너였던 '크래시' 이동우와 엄청나게 연구하고 같이 연습하면서 꼭 이기자고 했던 기억이 나요. 한 경기라도 더 나가려고 했고 상대 팀 분석도 꼼꼼하게 했죠. 집에 내려 가서 경기를 넓게 보려고 노력한 것을 팀에 와서도 적용했고 상대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갔어요."

2016 시즌이 끝난 뒤 김태일은 거취를 고민했다. 롤드컵 진출이 평생의 꿈이었던 김태일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또 다시 후보 생활을 해야 할 것 같아 중국으로 가려고 했고 실제로 러브콜도 왔다. 하지만 마음이 끌린 곳은 터키 팀인 페네르바체였다.

"리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고 어떤 팀인지도 몰랐지만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막연하게 들었어요. 와일드카드 지역이었기에 팀을 잘 만든다면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죠."

다른 지역보다 연봉이 적었고 불확실성이 강했지만 김태일은 새로운 도전을 택했고 터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피플] '페네르바체의 심장' 김태일 "잊혀지지 않는 선수 되겠다"

◆상상 그 이하를 바꿔 놓은 열정
터키의 현실은 생각하던 것보다 좋지 않았다. 페네르바체에는 한국인 선수인 '리치' 이주원이 정글러로 이미 계약이 되어 있었다. 과거 CJ 엔투스의 후보 정글러였던 이주원은 1년 전에 터키에 와서 뛰었고 2017 시즌을 앞두고 페네르바체로 이적했다. 김태일까지 합류했으니 페네르바체가 상위권이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의 기량이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 하단 듀오의 실력은 상상 그 이하였다.

"처음 터키에 왔을 때 우리 팀 하단 듀오의 실력은 처참했어요. 저랑 주원이가 팀을 꾸려 라인전을 붙었을 때도 이겼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터키 선수들은 편하게 프로 생활을 하더라고요. 하루에 주어진 6개의 연습 경기만 소화하면 누구도 터치를 하지 않아요. 이후에는 외출이 자유롭고 굳이 숙소에서 잠을 자지 않아도 돼요. 다른 게임을 해도 되고요. 팀에서도 2018년을 목표로 팀을 꾸렸다고 했기에 부담은 없었지만 저는 목표가 있었기에 해이해질 수가 없었어요.

롤드컵 진출을 원하는 김태일은 동료들을 다독이면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2016년 롱주에서 후보로 있을 때 경기를 보는 시야를 넓혀 놓았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하나씩 알려주면서 코치 역할로 나섰다. 개인 연습 시간에는 이주원과 함께 하단 듀오를 가르쳤고 연습 경기가 끝난 뒤 피드백 시간에는 바디 랭기지와 짧은 영어를 섞어가면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팀에서도 도움을 줬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됐던 원거리 딜러를 교체했고 터키 최강팀인 슈퍼매시브 e스포츠 출신 전략 코치를 영입하면서 전력 분석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윈터 시즌 초반에는 실력이 크게 뒤처졌지만 제가 직접 나서고 팀에서도 전력 보강을 위해 뛰기 시작하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후반 네 경기에서는 지지 않았고 포스트 시즌에서도 터키 최강팀인 슈퍼매시브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니까요."

[피플] '페네르바체의 심장' 김태일 "잊혀지지 않는 선수 되겠다"

◆롤드컵에서 만납시다
선수이지만 코치 역할도 병행하고 있는 김태일은 동료들에게 "이 곳이 터키 리그이긴 하지만 우리의 상대는 롤챔스라고 생각하라"고 자주 이야기한다. 롤드컵 진출을 목표로, 대회를 준비하고 롤챔스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처럼 집중하라는 의미다. 실제로 롤챔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선수들과 경기를 보면서 토론하고 차이점과 배울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롤챔스가 한국 시간으로 오후 5시부터 시작하잖아요. 그 때 터키는 오전 11시거든요. 브런치를 먹으면서 롤챔스 경기를 보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라인 운용이나 정글러 개입, 전투 방식 등을 보고 배우죠."

터키에서 한 시즌을 보낸 것에 대해 김태일은 언어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페네르바체는 영어 학습 속도를 높이라는 차원에서 한국인 통역사를 붙여주지 않았다고. 초반에는 답답했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필요한 문장을 찾아 외웠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몸으로라도 표현하려 노력한 덕에 영어가 많이 늘었단다.

[피플] '페네르바체의 심장' 김태일 "잊혀지지 않는 선수 되겠다"

터키 리그를 한국 선수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라고 답한 김태일은 고집이 세고 자아가 강한 선수들보다는 사교성이 좋은 선수들이 터키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력 좋은 선수들이 터키로 왔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페네르바체에서 함께 뛰었으면 좋겠어요. 윈터 시즌에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서머에는 롤드컵을 목표로 뛰겠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김태일은 "김연경 선수가 터키 팀에서 뛰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 것처럼 나 또한 터키를 발판으로 세계 무대로 도약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글=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남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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