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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스 강현종 감독 "프로게이머가 게임만 잘하면 된다는 것은 구시대적 마인드"

이시우 기자

2017-05-26 01:06

락스 강현종 감독 "프로게이머가 게임만 잘하면 된다는 것은 구시대적 마인드"
강현종 감독이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을 향해 현직 지도자로서 해줄 수 있는 솔직하고 값진 조언들을 전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 락스 타이거즈의 강현종 감독은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진행된 게임 박람회 플레이엑스포의 게임이야기 콘서트 무대에 올라 'e스포츠 선수가 되자'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현종 감독은 청소년이 대부분인 청중들을 향해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자세와 마음가짐, 주의할 점 등 현역 감독으로서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들을 이야기했다.

강 감독은 첫 번째로 도전할 게임이 자신에게 맞는지부터 봐야 한다고 했다. 강 감독은 "팀 게임이 있고 개인 게임이 있다. 내게 모자란 부분은 팀원들과 대화로 잘 풀 것 같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같은 팀 게임에 도전하고,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마인드라면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팀 생활을 하다보면 게임 내에서처럼 남 탓을 하게 되기 때문에 힘들게 올라온 자리를 유지하고 정상에 서려면 종목을 잘 선택해야 한다. 자신과 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팀플레이라도 아마추어로서 즐길 때와 팀에 합류해서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였다.

두 번째 조언은 '공인의 마인드'를 가지고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강 감독은 "프로게이머가 된다는 것은 그 회사의 얼굴이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요즘은 경기장에 여성팬들도 많이 온다. 잘 생기고 말도 잘 하면 더 좋다"면서 "자기 자신을 가꾸는 것은 성공할 수 있는 더 빠른 지름길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임 실력 외에도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어 자신이 경험한 아마추어 선수들의 면접 사례를 소개하면서 "최종 테스트는 게임하우스에 초대해 선수들과 교감을 잘 쌓고 팀플레이를 잘 하나 본다. 그 때 인상이 찌푸려지는 선수들은 머리도 안 자르고, 손톱과 키보드 등 모든 것이 지저분한 선수들이다. 그런 선수들은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이다.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라 회사에 면접 보러 갈 땐 꾸미고 가는데 게임단 테스트는 왜 그렇게 하고 오느냐는 말이다. 그런 선수들은 30점 정도 깎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은 대개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말을 잘 못한다. 그래서 팀 게임을 하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선 게임 실력만이 전부가 아님을 조언했다.

또 강 감독은 "공부 잘하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 게임도 잘한다. 게이머는 게임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마인드"라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유럽과 북미 무대를 거친 SK텔레콤 T1의 톱 라이너 '후니' 허승훈을 언급하면서 "'후니' 선수는 인터뷰도 영어로 하니 남들이 인터뷰 10번 할 것을 100번 하게 된다. 그만큼 세계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된다"고 프로게이머의 자기관리 중요성에 대해 어필했다.

락스 강현종 감독 "프로게이머가 게임만 잘하면 된다는 것은 구시대적 마인드"

세 번째로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었다. 강 감독은 "랭킹 높은 선수들은 브로커들이 먼저 찾아간다. 글로벌 시대라 많은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마추어 선수들은 자신의 계약 내용도 모르고 무턱대로 해외로 진출했다가 망가지는 사례가 많다"면서 "정말 프로게이머가 하고 싶다면 자신이 가려는 게임단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군대 문제도 고려해 시간 계획도 잘 세워야 한다. 그런 계획이 없으면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강연 말미에는 청중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 청중이 "콜이 부족한 선수는 어떻게 고쳤냐"고 묻자 강 감독은 "팀원들과 어울려야 한다. 선수들에게 게임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계속 해줘야한다. 그래서 풋살이나 보드 게임 등 단체 활동을 많이 한다. '매드라이프'도 처음 만났을 때는 12시간 동안 게임하면서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딱 두 마디만 했다. 많은 시간을 함께 어울리고 나니 이제는 인터뷰도 잘하는 선수가 됐다"고 답했다.

또 다른 청중이 감독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때를 묻자 "선수들이 은퇴할 때"라고 답했다. 강 감독은 "더 할 수 있는데 주저앉는 선수들이 많다. 의지가 없으면 빠르게 은퇴한다. 프로게이머는 절대 쉽지 않다. 내가 만난 선수들은 최소 세 번 이상 울었다"면서 "자기관리가 안되면 멘탈이 쉽게 무너진다. 비난이나 악플 같은 것들을 어린 나이에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이 안 된다. 공인 마인드를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것이 이런 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손목 부상은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질문에는 "터널증후군 같은 부상은 진행되는 순간부터 고쳐지지 않는다. 시작되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면서 "게이머도 건강하게 해야 오래간다. 자신의 게임하는 자세를 자세히 보고 의자와 책상 위치 등이 내게 잘 맞는지 봐야한다"고 답했다.

다양한 경험과 솔직함을 바탕으로 한 강연을 마친 강 감독은 프로게이머를 지망한다는 청중들을 향해 "먼 미래에 같이 우승한다거나, 상대 팀으로 만나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지길 기원한다"는 말로 응원, 청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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