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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느그와 우리

이시우 기자

2017-06-02 01:25

[기자석] 느그와 우리
e스포츠 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을 끝내고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가 서머 스플릿으로 새롭게 시작했다.

롱주 게이밍과 승격한 에버8 위너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팀들의 선발 라인업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치열했던 스프링 스플릿의 열기가 서머 스플릿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MSI에 출전한 SK텔레콤 선수들을 제외한 다른 팀 선수들은 모두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서머 스플릿을 위해 실력을 갈고 닦았다.

모두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 스플릿에 임할 테지만 몇 차례 경기를 치르고 난 후엔 대부분이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으로 본다. 여태껏 경기에서 진 팀은 졌다는 이유로, 이긴 팀 중에서는 특정 선수가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인터뷰 건으로 선수들을 만날 때면 모두가 악플이나 커뮤니티 반응을 의식하면서 고충을 호소하거나 패기 넘치는 발언을 스스로 자제한다. 기자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판 아닌 무분별한 비난이나 인신공격성 발언은 자제하자는 칼럼을 썼지만 효과는 전무했다.

선수의 경기력이 좋지 않으면 팬 입장에서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의 반응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숱하게 우승컵을 들어올린 '페이커' 이상혁도 조금만 실수하면 '느그혁'이 되고, 잘하는 날엔 '우리혁'이 돼버린다. 다른 선수들을 비하하는 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팬'을 자처하는 일부 사람들의 이런 행태를 보고 있으면 응원이라기보다는 선수들을 조롱하는 것에 맛 들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발롱도르를 휩쓴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매 경기 잘하지는 않는다. 컨디션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실수하는 날도 있고, 부진하는 날도 있다. 하지만 두 선수에 대한 평가는 한 경기가 아닌 시즌 전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마찬가지로 프로게이머에 대한 평가 역시 단 한 번의 경기가 아닌 시즌 전체로 봐주기를 바란다. 매 경기마다 경기력에 대한 비난이 이어진다면 프로게이머도 사람인 이상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바로 다음 플레이에 묻어나오게 돼있다. 평소 잘하던 플레이도 안 될 수 있다. 그러니 선수가 경기 중 실수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비난보다 응원을 보낸다면 선수도 위안을 얻을 것이고, 팬들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에 좀 더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잘하면 좋지만, 조금 못하거나 졌다고 해서 당장 팬이 잃을 것은 없지 않은가. 어딘가에 돈을 건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선수들 역시 기사 댓글이나 커뮤니티 반응에 너무 많은 신경을 쏟지 않길 바란다. 진심어린 충고를 건네는 팬들도 분명 있지만, 적지 않은 수는 생각 없이 가볍게 나오는 것들이다. 줏대 없이 매번 '느그'와 '우리'를 왔다 갔다 하는 무리들의 비난을 모두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경기력에 악영향만 줄 뿐이다.

새로이 열리는 서머 스플릿에서는 비난보다는 건전한 비판과 응원이 많길 바라고,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의미 없는 '재평가'들은 좀 더 줄어들길 바란다. 경기 한 번에, 플레이 한 번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들을 바라봐주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세계 최고 리그'에 어울리는 경기력으로 보답할 것이 분명하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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