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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스스로 권위 떨어뜨린 오버워치 월드컵

이시우 기자

2017-08-17 01:02

[기자석] 스스로 권위 떨어뜨린 오버워치 월드컵
한국의 오버워치 월드컵 8강 상대가 바뀌었다. 아직 어느 나라가 될지는 모르지만 미국은 아닐 확률이 높아졌다.

블리자드는 지난 14일 진행된 2017 오버워치 월드컵 산타 모니카 예선 3일차 경기를 앞두고 8강 대진을 조정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미 정해진 순서가 아니라 추후 추첨을 통해 완전히 새롭게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G조 1위와 H조 2위 간의 대결에서 승자가 한국과 8강에서 만나게 돼있었다. H조에서는 선두를 달리던 영국과 독일이 마지막 경기에서 2위가 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울 것이 분명했지만, G조에서는 공동 선두였던 미국과 대만이 한국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2위를 노릴 가능성이 있는 상황. 때문에 블리자드는 고의 패배를 방지하겠다는 이유로 대진을 재추첨하겠다고 한 것이다.

국가대항전 방식의 대회에서 경기 도중에 대진을 바꾸겠다는 황당한 발상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이다. 대회 도중 대진을 바꾼 것도 이해 안가지만 블리자드가 이런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국은 지난 2016 월드컵에서 무실세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핀란드를 완파하고 결승에 올라온 러시아를 상대로 4대0 완승을 거뒀던 한국이다. 너무나도 압도적이라 모든 팀이 한국과 만나기를 꺼려하는 현실이다.

전 세계가 한국대표팀의 수준을 알고 있는데, 블리자드만 이를 몰랐던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대진 방식을 중간에 바꾸는 촌극은 일어날 수가 없다. 이런 비판이 반갑지 않다면 처음부터 8강 대진을 추첨으로 정하거나 산타 모니카 예선의 대진 순서를 제대로 했어야 한다.

G조 예선에서는 각 나라의 현지 리그 수준을 봤을 때 미국과 대만의 16강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마지막 경기에서 고의 패배가 우려됐다면 미국과 대만의 경기를 1일차에 배정했어야만 한다. 남은 경기에서 이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쉽게 고의 패배를 선택하진 못했을 것이다. 이 경기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1위를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뒤처지는 브라질과 뉴질랜드를 상대로 고의 패배를 하기엔 외부의 시선에 대한 압박감이 크기 때문에 그런 결정은 쉽게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의 패배로 2위를 노린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승부 조작이 아닌 블리자드가 마련한 시스템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각에 따라선 악용이라 볼 수도 있지만 제재할 방법은 없다.

블리자드의 이번 결정에 대해 진정성이 의심되는 부분은 하필이면 한국의 8강 상대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블리자드는 미국 회사다. 게다가 2016 월드컵에서도 한국이 미국을 8강에서 떨어뜨렸으니 2년 연속 같은 모습을 보긴 싫었을 것이다. 미국 봐주기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향후 추첨 결과에 따라 다른 국가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특히 한국과 토너먼트의 반대편에 속했던 중국, 스웨덴, 프랑스, 영국은 한국의 8강 상대가 자신들이 될지도 모르기에 이번 결정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리그와 월드컵으로 체계적인 프로리그와 국가대항전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잘못된 결정이 다시 발생한다면 대회의 공신력과 권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월드컵이란 이름에 걸맞은 철두철미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이시우 기자

si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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