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동심파괴! '달려라 코바'가 녹화 방송이었다?

2018-03-30 17:50
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 다룰 이야기는 90년대의 추억 속 TV프로그램 '달려라 코바'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수많은 어린이들이 매일 저녁마다 전화를 붙잡고 있게 했던 인기 프로그램인 '달려라 코바'가 생방송이 아니었다는 제보가 나왔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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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출신 김예분씨가 MC를 맡아 진행됐던 '달려라 코바'

◆'달려라 코바'가 뭔데?

'달려라 코바'는 1994년 10월부터 SBS에서 방영한 TV프로그램으로 매주 평일 오후 6시부터 한 시간 동안 방송했는데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방식인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키패드로 실시간으로 키를 입력해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컨셉트의 어린이 예능 프로그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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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실시간 전화를 통해 게임을 플레이하고 그 결과를 전국에 방송한다는 독특한 컨셉트는 큰 히트를 쳐, KBS에서도 동일한 컨셉트의 프로그램 '게임천국'이 방송되는 등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할 수 있죠.

방송 시간이 되면 시청자들이 지정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 연결된 이용자가 지정된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요. 짜리몽땅한 몸에 큰 발이 특징으로 큰 코를 후비는 '코바가 등장하는 여러 게임들을 플레이해 점수별로 선물을 증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쉬워 보이지만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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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코바'에서는 카누, 모터사이클, 행글라이더, 스키, 우주선, 마법의 동굴, 지하터널, 황소 피하기, 태권도, 스케이트 보드, 롤러코스터, 부메랑 등의 12종의 게임이 등장해 플레이하게 됐는데요.

대부분의 게임들이 장애물을 피하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게임이라 당시 시청자들은 아니 저렇게 쉬운 걸 왜 이리 못하는걸까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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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오버되기 일 쑤

이는 전화의 키패드 신호를 컴퓨터에 입력시키는 딜레이가 컸기 때문인데요. 당시 최신형 모뎀의 속도가 56kbps였던 걸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기술적 한계였죠. '코바' 시리즈는 큰 인기를 얻어 PC버전의 후속편도 출시되고 케이블 방송사에서 유사 포맷의 프로그램이 다수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쏟아지는 증언 "실시간 전화 연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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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유년 시절에도 학교 친구가 '달려라 코바'에 출연해 부러움을 사기도 했는데요. 당시로서는 상당한 금액이었던 도서상품권 20만 원과 '달려라 코바' 게임 CD를 받아 자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1994년 '달려라 코바'는 시청률 35%가 넘을 정도였으니 실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전화 연결에 성공한 셈이니 더욱 부러움을 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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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 PC 통신 화면

그런데 최근 실시간 전화 연결이 아니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제보자는 기존에 알려진 시청자가 방송국에 전화해 MC와 연결해 자기 소개를 한 뒤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스템이 아닌, 시청자가 모뎀으로 PC통신에 접속해 전용 게시판에 신청하면 그 중 당첨자를 선정해 방송국에 방문해 녹화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텔넷'이라는 PC통신 웹에서 '달려라 코바 신청 게시판'을 운영하며 신청을 받는 방식이었다는 설명인데요. 방문한 스튜디오에서 사전 교육을 받고 자기 소개 대본을 주면 그대로 읽고 난 뒤, 게임을 플레이 했다고 합니다.

다만 전화기 키패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그대로였기에 게임 컨트롤은 마찬가지로 어려웠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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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다른 이용자는 자신은 분명 전화를 통해 방송에 참여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는데요. 초반에는 생방송으로 진행하다가, 수많은 전화가 한 번호에 몰렸기에 주변 전산망에 과부하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로, 생방송과 녹화 방송을 번갈아 방송하는 것으로 변경됐을 것이라는 가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어찌됐건 철썩같이 생방송으로 믿었던 TV프로그램이 이런 식으로 운영됐다는 걸 거의 20년이 넘게 지나서야 알게 되다니 기분이 묘하네요.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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