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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카트로 '무모한 도전' 시작한 박인재 이야기

이소라 기자

2018-05-02 23:59

[피플] 카트로 '무모한 도전' 시작한 박인재 이야기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세리머니로 믹서기를 준비해 경기석에서 믹서기를 갈던 아이. 어떤 선수보다 리액션이 좋고 잘 웃어서 실력(?)에 비해 주목을 많이 받았던 아이. 하지만 결국은 단체전 에이스 결정전에 출격해 유영혁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실력마저 인정 받았던 아이. 큰 눈망울로 카트라이더 리그와 함께 했던 그 아이가 이제는 20대 후반이 돼 훌쩍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시즌 펜타 제닉스 감독으로 돌아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그는 바로 박인재 입니다. 군 복무 후 안정적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더 늙기 전에 자신의 꿈에 도전해 보겠다며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박인재. 그의 꿈에 유영혁, 김승태, 이은택, 박인수, 이재혁 등 카트라이더 리그만 바라보던 선수들이 합류했습니다.

그의 꿈은 e스포츠를 아우르는 '멋진' 클럽을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멋진'인데요. 모든 '멋진'것이 좋다는 그의 귀여운 허세는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고 싶다는 굳은 의지로 해석해도 될 듯 합니다.

비록 이번 시즌 펜타 제닉스가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목표는 절반 이상 이뤘습니다. 그는 카트라이더도 팀 운영을 통해 팬들과 소통할 수 있으며 프로페셔널한 마인드를 지닌 선수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죠. 그리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박인재라는 사람이 팀을 이끌어 나갈 능력이 충분하다는 사실도 증명했습니다.

그의 꿈은 현실의 벽에 좌절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첫걸음을 뗀 그에게 굳이 현실을 이야기 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는 박인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 그를 응원하게 될 것입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게이머
박인재는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문호준이나 유영혁만큼 대중적으로 유명한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카트라이더 리그를 즐겨 보는 팬들이나 중계진들, 관계자들에게는 독특한 선수로 기억됩니다. 특히 중계진들이나 관계자들은 그를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이유는 하나, 바로 유쾌함 때문입니다. 사실 방송을 만들 때는 잘하는 선수도 중요하지만 리액션이 크거나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선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치 복사한 것 같은 화면이 줄기차게 나가는 것보다 좀더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화면이 나가야 보는 재미도 살기 때문이죠.

박인재의 별명은 '악동'이었습니다. 항상 결선에 오르면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세리머니를 준비하곤 해 방송사를 즐겁게 했죠. 그가 어떤 색의 라이더가 되느냐에 따라 그의 세리머니는 달라졌죠. 퍼플 라이더가 됐을 때 그는 믹서기를 직접 준비해 퍼플 채소들을 갈아서 마시는 세리머니를 보여주며 팬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습니다.

"뭐든 재미있게 하고 싶었어요. 보는 것이든 듣는 것이든 재미가 없으면 좋은 콘텐츠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했죠. 실력이나 경기 내적인 재미는 (문)호준이와 (유)영혁이가 책임지고 있으니 저는 재미를 책임지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웃음)."

하지만 유쾌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분명이 좋은 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항상 본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결선에 진출했습니다. 물론 입상한 적은 없지만 그는 꾸준히 결선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안정적인 실력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피플] 카트로 '무모한 도전' 시작한 박인재 이야기

카트라이더 리그 방식이 팀전으로 바뀐 뒤 그는 소위 말하는 '포텐이 터진' 선수로 등극했습니다. 유쾌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그에게 사람들과 함께 경기를 해야 하는 팀전은 그에게 꼭 맞은 옷이었습니다. 박인재는 2012년 처음 진행된 2인 팀전에서 유영혁과 한 팀을 이뤄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이후에도 박인재는 유영혁을 든든히 뒷받침 해주면서 2인 1조의 팀전에서 두 번의 우승컵을 따내기도 했죠.

하지만 그의 전성기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아쉽게도 2012년 이후 카트라이더 리그가 잠정 중단됐고 막 전성기에 돌입한 박인재는 강제로 휴식기에 접어들었죠. 아마도 박인재에게 가장 힘든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몇 번의 우승으로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리그가 갑자기 열리지 않더라고요.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로 산 몇 년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것 같아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잠시 쉬는 동안 다른 종목 선수들을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기적과 같이 찾아온 카트라이더 리그. 이번에는 2인 1조가 아닌 5인 1조의 팀전으로 돌아오면서 박인재의 실력은 완전히 정상권으로 들어섰습니다. 박인재는 결승전에서 자신이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유영혁과 에이스 결정전에서 승리, 팀을 우승으로 견인하며 그날의 히어로가 됐죠.

"그날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에이스 결정전에 가면서 우리 팀이나 심지어는 저조차도 졌다는 생각을 조금은 했거든요(웃음). 누구도 제가 유영혁을 꺾을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나 봐요(웃음). 이기고 난 뒤 관중석을 보니 다들 '멍'해 있더라고요(웃음)."

박인재는 그때 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혼자라면 할 수 없었던 유영혁이라는 큰 벽을 넘는 데 동료들의 힘이 컸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죠. 박인재에게 2014년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한해였습니다.

만년 결선 꼴찌에서 우승을 밥 먹듯이 하는 선수, 누구보다 멋진 세리머니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선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는 좋은 리더가 갖춰야 하는 자격을 자연스럽게 갖췄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최고의 선수들을 이끄는 감독의 자리에 섰습니다.

◆카트라이더는 나의 운명
최고의 위치에 섰을 때 그는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2년 동안 그는 군대에 있으면서도 휴가를 나올 때마다 리그장을 찾았고 동료들을 응원했습니다. 군대에서 그는 자신의 20대를 바친 카트라이더 리그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짐을 느꼈고 나아가 한국 e스포츠에서 어떤 일이라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됐습니다.

"사실 제대하자마자 안정적인 직장에 입사했어요. 우선은 일을 하면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려 한 것이죠. 군대에 있을 때부터 e스포츠 역사에 내 이름을 조그맣게라도 새기고 싶었고 어떤 일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했죠. 일을 하면서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심했고 결국은 결론을 내렸어요."

산전수전 다 겪었던 그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팀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아예 모르는 게임에 도전하기 보다는 자신이 잘 아는 카트라이더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MVP나 KSV처럼 다양한 게임단을 운영하는 것이죠. 사실 배틀그라운드나 오버워치 등 다른 게임으로 시작하려 했지만 계속 카트라이더가 눈에 밟혔어요. 그냥 운명처럼 끌렸죠. 내가 가장 잘 알고 가장 좋아하는 게임으로 시작해 점점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박인재는 자신을 따랐던 선수들을 모아 카트라이더 팀을 만들었고 제닉스와 담원모니터를 찾아가 후원을 이끌어냈습니다. 처음부터 욕심 부리기 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가 찾은 방법이었습니다.

"이번 리그에서 우승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저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전이든 단체전이든 경기는 정말 재미 있었고 카트라이더도 팀을 운영하고 선수들이 합심해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거든요. 처음에는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던 사람들도 제 노력이 진심이라는 것을 인정해 주시고 지금은 응원해 주고 있어요. 힘이 나죠."

◆실패는 두렵지 않다
사실 박인재의 도전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e스포츠 팀을 운영해 보겠다고 말했을 때 "결국은 실패할 것"이라고 조언했죠. 그 역시 무모한 도전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피플] 카트로 '무모한 도전' 시작한 박인재 이야기

"자신의 꿈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저를 판단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모두가 예상한 것처럼 제 도전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실패조차도 저에게는 갚진 경험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는 꿈을 위해 무언가는 했잖아요. 나중에 어떤 일을 해도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아요."

다재다능한 그는 펜타 제닉스, 펜타 휠스의 로고까지 직접 디자인하고 유니폼 역시 직접 고르는 등 다양한 일들을 혼자 해냈습니다. 그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그가 이 정도로 다양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죠.

"로고가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웃음). 사실 저는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요. 더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고요. 조금만 더 꿈을 향해 나가볼게요. 그리고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회하지 않을 거에요."

팀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매일 고민하고 행동하고 노력하는 박인재. 누군가는 그에게 "돈도 안되는 일을 왜 하고 있냐"고 비판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꿈을 향한 그의 도전을 단순히 돈으로, 숫자로 환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지금 행복하다는 박인재. 1년 후, 2년 후 그가 카트라이더 리그를 넘어 다양한 종목에서 팀을 이끄는 사람으로 남아 있기를, 그의 꿈이 그저 무모한 도전만은 아니었기를 바라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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