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기획] 박성희 한국외대 교수 "e스포츠는 스포츠의 미래다"

2018-06-3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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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e스포츠에 대한 스포츠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4년 올림픽을 유치한 프랑스 파리에서는 한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 위원이 "e스포츠를 종목으로 넣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고 이에 대해 토마스 바흐 IOC 총재는 본인의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는 e스포츠를 시범 종목으로 확정했고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클래시 로얄, 하스스톤, 프로 에볼루션 사커, 아레나 오브 발러 등 6개 종목의 지역 예선을 진행했으며 오는 8월 본선을 치릅니다.

아시안 게임에서는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고 올림픽에서도 종목화가 논의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e스포츠이지만 한국에서는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 e스포츠의 핵심 조직인 e스포츠 협회는 2015년 대한체육회의 준가맹단체로 들어갔지만 체육회의 시스템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자격이 취소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 게임의 e스포츠 종목에 한국 대표를 선발, 파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체육회는 여전히 e스포츠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데일리e스포츠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메가 스포츠 이벤트라고 불리는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이 왜 e스포츠를 유치하려고 하는지, 반대로 한국에서는 e스포츠에 대한 체육회의 시선이 왜 냉담한지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 박성희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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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로 맺은 e스포츠와의 첫 인연
Q 스포츠 업계에서는 유명한 분이지만 e스포츠 독자들은 아직 교수님을 잘 모릅니다. 간략하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 박성희 교수입니다. 스포츠 경영과 스포츠 마케팅, 국제 스포츠 이벤트 등 스포츠 산업과 관련된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것은 5년 이상 됐습니다. 최근에는 'e스포츠 산업의 미래, 국민 스포츠를 꿈꾸다'라는 컨퍼런스에서 주제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e스포츠 종목 선정 위원회 위원, e스포츠 명예의 전당 운영위원장 등을 맡고 있습니다.

Q e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군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남자들이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데 저는 군대에서 스타크래프트를 배웠어요. 1999년에 ROTC로 임관했는데 동기 장교가 스타크래프트가 재미있다면서 가르쳐주더라고요. 따라서 몇 번 해봤는데 꽤나 재미있더라고요.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부대 운용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어요. 쉴 때마다 즐기고 있었는데 어느 날 TV를 보니 프로게이머라고 불리는 어린 선수들이 나와서 스타를 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됐죠.

Q e스포츠 관련한 발표회를 가지셨다고 소개할 때 말씀해주셨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A 이전에도 정부 주도로 e스포츠에 대해 연구한 것들이 었었어요. 그런데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서 발표하는 수준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빅 데이터들을 분석해서 e스포츠 업계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지향점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향후 발전 과제들을 정립할 때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접근했어요. e스포츠 관련된 문서들에서 핵심 단어들을 추출해내서 10여 개로 정리했고 이를 네 가지 카테고리로 정립했어요. 콘텐츠, 인프라스트럭처, 스포츠화, 과학화 등 네 가지 영역에서 어떤 것들이 해결되어야 하고, 가장 먼저 풀려야 하는지를 정리했죠.

다들 지적 재산권 문제가 가장 먼저 풀려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게임사라는 지적 재산권자가 있기 때문에 업계와 게임사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과제는 인프라였어요. 특히 e스포츠 경기장과 관련된 부분이 확충되고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현재 방송사의 스튜디오 형식으로 e스포츠 경기장이 구축되어 있는데 더 많아져야 하고 사이즈도 커져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풀뿌리 경기장이라고 할 수 있는 PC방도 e스포츠 전용 PC방이 늘어나야 하고 고급화 전략을 통해 차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대학생 패널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이셨어요. 만약에 4년제 대학에 e스포츠 학과가 생기면 개론 수업에서는 이 주제를 다루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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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스포츠 이벤트는 e스포츠를 원한다
Q 최근 e스포츠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아시안 게임입니다. 한국 대표팀 중에 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2가 지역 예선을 통과하면서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스포츠 업계에서 e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이 문제를 이야기 하려면 OCA(아시아 올림픽 평의회)와 IOC의 관계를 파악해야 합니다. 아시안 게임의 주체인 OCA는 IOC의 산하 단체입니다. 이름처럼 아시아 국가들을 모아 놓은 단체들이 아시안 게임이라는 대회를 여는 거죠. IOC가 무언가를 하기 전에 OCA와 같은 산하 단체를 통해 테스트해보는 경우가 있는데 e스포츠를 시범 종목으로 선택한 것도 그러한 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IOC든, OCA든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주최, 주관하는 곳은 공통적인 운영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수익의 상당 부분을 미디어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미디어 의존률이 60% 가까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쉽게 이야기하면 중계권 계약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IOC나 OCA는 망합니다. 단일 종목인 축구로 열리는 월드컵을 주관하는 피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어요. 과거처럼 TV가 주된 매개체였을 때에는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이 엄청난 인기였죠. 하지만 TV 채널이 다양화되고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면서 미디어의 다각화가 이뤄졌습니다.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 이외에도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가 온 거죠.

만약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소비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뷰어십이 떨어지죠. 그러면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의 가치도 같이 떨어집니다. 중계권료가 하락하면 IOC와 OCA와 같은 곳은 운영되기가 어려워집니다.

Q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를 영입하려고 하는 것이 조직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분석하시는 거군요.
A 그렇습니다. 올림픽의 예를 들어 설명해드릴게요. 2028년 올림픽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다고 이미 결정됐습니다. 관례적으로 올림픽 개최지는 8년 전에 공개가 되는데요. 올해가 2018년인데 2028년 올림픽 개최지가 이미 공개됐다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IOC는 이를 두고 역사적인 위대한 결정이라고 하는데 저는 생존을 위해서 일찍 결정한 것이라고 봅니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고 싶어하는 나라나 도시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처럼 큰 도시가 개최지 신청을 하니까 놓치지 않으려고 2028년을 맡긴 거에요.

메가 스포츠 이벤트들이 살아가기가 어렵기에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e스포츠의 영입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어 가치-중계권료-가 떨어지면서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1020 세대를 끌어 들일 수 있는 콘텐츠를 찾다가 e스포츠에 꽂힌 거죠.

Q 말씀하신 것처럼 올림픽에서 e스포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2024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서도 e스포츠를 종목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종목이 될까요.
A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화는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봅니다. 물론 단박에 정식 종목, 메달 종목으로 격상되지는 않을 것이겠지만 시범 종목 단계를 거치면서 자리를 잡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젊은 층이 열광하고 스포츠적인 요소를 많이 갖고 있으며 국가 단위로 조직하기에도 쉽기에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종목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까 OCA를 보면 IOC가 보인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아시안 게임의 스폰서십 파트너에 알리바바가 들어와 있어요. 이번 아시안 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들어오는데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스포츠가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알리바바가 올림픽 파트너로 나서면서 올림픽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Q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이 e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일각에서는 1020 세대 등 젊고 어린 층을 포섭하기 위해서 e스포츠를 영입할 생각이라고 하던데 우리나라 체육계의 시선은 어떤가요.
A 대한체육회는 보수적인 단체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이면서도 독립적이고 싶어하는 조직입니다. 대한체육회의 각 종목 산하 단체들을 보면 엘리트 체육을 하다가 은퇴한 메달리스트들이 요직을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분들에게는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라 게임이고 전자 오락에 불과해요. 이번 아시안 게임 선수단 파견과 관련해서도 문체부와 체육회의 움직임이 달랐다고 하는데 체육회가 보수적인 의견을 많이 냈다고 들었어요.

Q 과거 대한체육회는 e스포츠가 정식 체육 종목이 될 수 없는 이유로 대근육 활동이 없다는 것을 꼽았습니다. 그것만이 불허의 이유일까요. 스포츠에 전자 기기가 등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요.
A 대한체육회가 e스포츠를 곱지 않게 보는 것은 사실이죠. 명목상으로는 대근 활동이 없어서라고 이야기합니다. 스포츠 철학, 스포츠 역사에 대해 연구한 학자들은 그리 주장할 수 있지만 체육회가 그렇게 주장할 만큼의 연구나 철학이 있는지, 실제적인 데이터가 있는지는 의문이죠. 제가 봤을 때에는 표면적인 의견일 뿐에요. e스포츠가 게임의 연장선이라는 이라는 관념이 체육회 내에 뿌리박혀 있고 보수적으로 발현되고 있죠.

Q 올림픽,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가 종목이 되더라도 국내 주관 단체인 체육회가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면 e스포츠와 관련된 갈등이 계속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A 문체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연성을 가지되 통합 운용을 위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e스포츠의 주관 부서는 게임 등 문화 산업을 관장하는 1차관 산하에요. 하지만 체육은 2차관 산하이지요. 운용 부처가 같아야 호흡이 잘 맞을텐데 산업적으로는 1차관, 스포츠 종목으로서는 2차관 소속이다 보니 의견을 일치시키기가 쉽지 않죠.

2016년에 대한체육회로 통합되긴 했지만 국민생활체육회와 통합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잖아요. 같이 몸 쓰는 체육 단체끼리도 정리하기가 어려웠는데 내부적으로는 체육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는 e스포츠라는 분야를 받아들이기가 대한체육회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문체부가 중간자, 조율자 역할을 잘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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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e스포츠는 병립, 공존해야
Q 교수님께서는 스포츠 전공자이면서도 e스포츠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스포츠의 영역에 기술력이 가미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판의 영역에서 도드라지고 있는데요. 야구나 배구, 농구에서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면서 정확성을 높이고 있고 월드컵을 통해 VAR이라는 기술이 선보이기도 했죠. 정현이 우승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대회에서는 주심 1명만 사람이었고 선심은 모두 기계가 대신했어요. 지금은 더욱 공정한 심판을 위해 기술력이 쓰이고 있지만 향후에는 더 많은 영역에서 기계가 도입될 수도 있어요.

스포츠 전공자들은 체육이 인체의 가장 아름다운 구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구슬땀이 밴 훈련, 연습을 통해 최고의 기량을 끌어 내는 것이 스포츠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기술의 진보로 인해 희석되고 있어요.

향후에는 스포츠와 기술력의 융합으로 인해 다른 양상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e스포츠의 장점은 연결성과 확장성인데요. 만약 VR 기기를 착용하고 러닝 머신 위에서 운동을 한다고 칩시다. VR에서 구현되는 장면이 보스턴 마라톤 현장이고 온라인상으로 연결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출발해서 경쟁을 펼치고 순위를 매긴다면 이것은 새로운 양상의 스포츠 대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보스톤까지 가서 마라톤 대회에 나가야 보스톤 마라톤 대회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라디오가 출시됐을 때 종이 신문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TV가 도입되니까 라디오 매체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반대했죠. 물론 미디어의 장악력에 있어 순위 변동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세 매체 모두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발전시기면서 병립하고 있죠.

저는 스포츠와 기술이 병립할 수 있는 공통 분모가 e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활 양상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시대에 체육은 이래야지, 스포츠는 이래야지라고 논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기술 혹은 기계의 개입이 스포츠의 스포츠다움을 저하시킨다는 생각은 넌센스입니다.

Q e스포츠가 체육 종목에 편입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시는지요.
A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에 상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포츠계의 혁명적인 변화일 수도 있지요. 눈 앞에 닥친 일부터 상상해보죠. 만약 아시안 게임에 참가하는 e스포츠 선수들이 선수촌에 들어간다면 가져가는 장비부터 다를 것입니다. e스포츠 선수들은 마우스와 키보드, PC 또는 스마트 기기를 들고 가겠지요. 다른 종목 선수들이 러닝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기초 체력 훈련을 할 때 e스포츠 선수들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며 컨디션을 조율할 것입니다. 엘리트 체육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게 e스포츠 선수들의 훈련 방식은 멘털 붕괴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겠지만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같이 가는 방법들을 찾아야 하겠지요.

Q 정식 스포츠는 아니더라도 생활 체육으로서의 e스포츠의 가치는 어떨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PC 게임은 부담스러울지 몰라도 모바일 게임은 전국민이 다 즐기고 있는데요. 여느 체육 종목보다 잠재적인 선수 층이 매우 넓어질 수 있고 VR아나 콘솔 종목 등을 접목한다면 실버 세대들에게도 긍정적인 종목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A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 체육으로서의 e스포츠는 어린 세대에게는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학교를 파한 뒤에 학교에서 운동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축구, 농구, 야구 등을 같이 즐겼는데 이제는 PC방에서 같이 게임을 하면서 친교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21세기형 생활 체육이 e스포츠인 셈이죠.

기성 세대와 실버 세대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학부모 간담회나 오피니언 리더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가끔 물어봅니다. 자녀들이 프로게이머, e스포츠 선수를 하겠다고 하면 허락하겠냐고 질문하면 대부분은 "아니오"라고 답합니다. 기성 세대가 e스포츠를 바라보는 전형적인 시선이지요.

이런 시선을 바꾸는 일은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일방적인 통보나 결정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간에 대화를 나누면서, 교육을 받으면서 인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일종의 계몽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르신들에게는 알려드리는 기회를 드리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드려야 합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외국에서는 이미 PC, 스마트 기기를 넘어 VR, AR까지 동원해서 치료 활동 등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장애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게임을 활용해 재활 활동을 도와드리고 있고 자폐 치료에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버 세대들에게도 치매 예방,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는 보조 장비로 활용한다면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정책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Q 학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보시기에는 어떠신가요. 요즘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에 게임을, e스포츠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요. 관련 분야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없는지요.
A 대학 신입생들을 보면 저보다 게임, e스포츠에 대해 세부 사항을 더 잘 알고 있더라고요. 초중고 시절을 게임과 함께 보내는 세대잖아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친교 활동을 게임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스포츠 산업에 진출하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직접 운동을 해보고 남들에게 가르칠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국제스포츠레저학부이다 보니 체대를 준비한 학생보다 경영학과 진학을 노리던 학생들이 더 많아요. 스포츠 산업은 머리로 이해했다고 끝이 아니거든요. 몸을 움직이고 직접 해봐야만 그 안에 있는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e스포츠는 굉장히 매력적인 분야죠. 초중고 시절에 이미 익혔던 실기에 이론을 쌓으면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e스포츠 산업의 풀이 아직 넓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협회나 게임단 사무국, 게임 회사, e스포츠 관련 미디어 등을 제외하고는 취업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얼마 전에 대학원생을 뽑는데 저에게 찾아온 분이 있어요. 기사를 통해서 제 이름을 봤다고 하는데 e스포츠 관련한 연구를 하겠다면서 제 밑에서 공부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스포츠 종목의 협회에서 일하던 분이었는데 e스포츠 쪽 취업 풀이 좁다라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전공하겠다고 들어오셨어요. e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가지신 분들, 학생들이 많기에 조금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Q 학자로서 바라본 한국 e스포츠의 미래는 어떻습니까.
A 극단적인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만 모 아니면 도 같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는 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다. e스포츠 관련 강연을 할 때마다 "자동차의 미래가 무인자동차이고 인터넷의 미래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사물인터넷(IoT)이듯, 스포츠의 미래는 e스포츠다"라고 강조합니다. 그 때마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죠. "정말?"이냐면서요.

e스포츠는 연결성과 확장성이 좋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무언가를 같이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연결만 된다면 미국에 있는 사람과도 대결을 펼칠 수 있죠. 플랫폼이 갖고 있는 특징이지만 콘텐츠 자체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한국은 그동안 e스포츠의 틀을 만들어 오면서 종주국이라 자부했습니다. 각종 대회를 기획하고 방송국을 만들고 팀을 꾸려서 선수들을 세계 최고로 조련해왔죠. 하지만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자본력에 밀리면서 하나둘씩 지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학문적인 토대를 닦으면서 e스포츠 종주국의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스포츠라는 현상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백업하는 전초기지가 한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현상으로서의 e스포츠에 투자하고 있을 뿐 학문으로는 접근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 모든 것의 융합, 복합이 일어날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e스포츠는 원천 소스가 풍부하기 때문에 다양한 조합을 실험해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와 IT의 교집합이라고 할 수 있는 e스포츠를 활용한 이종 교배가 일어나기에 좋은 토양을 갖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공자, IT 과학자, 경영학 전공자 등이 모여서 싱크 탱크를 이뤄서 한국을 기반으로 한 지식 허브를 만든다면 충분히 e스포츠 연구의 전초 기지가 될 것입니다.

기술의 변화는 부지불식간에 이뤄져서 생활로 스며듭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습니까. 스포츠 업계는 e스포츠를 받아들이면서 더 많은 콘텐츠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e스포츠는 탄탄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e스포츠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고찰을 통해 새로운 의미의 종주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만 e스포츠를 도가 아닌 모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