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제 카이더스 16화

2019-11-05 10:32
용제 카이더스 16화
[데일리게임] “제대로 설명을 해주자면 내 성룡식이 끝나고 아버지께서 본래 있던 곳, 그러니까 용계로 가시면서 주신 선물이 이 목걸이야. 이것을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나중에 내가 직접 네 신랑감을 보내주마. 아버지라고 그동안 해준 게 없어서 미안했는데, 네 신랑감을 내가 직접 구해서 보내주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더구나. 어떻게 구분하냐면 그때가 되면 이 목걸이를 가지고 오는 이가 네 신랑감이다.’ 이셨어.”

“그럼 뭐야? 이 목걸이가 네 신랑의 증표, 그러니까 인간들이 흔히 결혼식 할 때 쓰는 가락지, 반지랑 똑같은 의미라는 거야?!”

루비에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태민은 믿고 싶지 않았다.

설마 이게 그런 용도라니…….

그럼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했던 이 목걸이에 대한 것은 모두 착각이었다는 소리가 된다.

태민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법민이 이 상황을 예측하고 킥킥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 빌어먹을 양반! 용계로 복귀한 후에 두고 보자! 이 원수는 꼭 갚아주마! 크아아아악!”

“아! 그러고 보니…….”

태민은 괴성을 지르다가 멈추고 루비에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혹시 태민은 그것 말고도 목걸이에 대해 뭐 들은 게 있나 싶어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을 그녀에게 보냈다.

“우웃!”

태민의 그런 눈빛이 많이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루비에드는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아버지께서 이 목걸이에 특수한 기능이 있다고 하셨어. 그 기능을 만드는데 꽤 고생하기는 했지만 상당히 성공적이라고도 하셨고…….”

“그 기능이 뭔데? 뭔데? 빨리 말해봐!”

“환계에서 금지된 마법.”

태민은 그게 뭐냐는 표정을 지었다.

환계의 마법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데 금지된 마법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용계와 마계, 신계에 금지된 술법이 있긴 하지만 루비에드가 말하는 것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 같았다.

“뭔지 모르나보네. 용계에서는 환계와 금지된 마법이 다른가 보구나. 하긴 그게 가능했으니 아버지께서 이곳에 오셨다가 가신 거겠지. 그럼 직접 알려줄게. 환계에서는 차원간의 이동마법인 차원이동이 금지되어 있어. 솔직히 금지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술식이 복잡해서 구현하기도 힘들고, 설사 술식을 풀어서 구현을 하더라도 마나의 소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이야기가 있으니 불가능에 가깝지. 뭐 가끔 계를 넘어오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 아직도 미스터리야.”

“그럼 뭐야? 그 아저씨 이 목걸이…….”

태민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루비에드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과 아린이 왜 여기에 있는지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용이나 드래곤의 브레스에는 상상도 못할 양의 기운이 들어간다.

도정의 브레스가 태민의 방어술법을 깨고 적중하는 순간 목걸이가 엄청난 양의 기운을 느끼고 그것을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목표한 만큼 흡수를 한 후 태민과 같이 있던 아린을 환계로 차원이동 시킨 것이다.

‘뭔가 이상한데? 차원이동을 할 때는 좌표가 맞아야 한다. 용계에서도 무계나 환계로 갈 때 무작정 보내지 않고 갈 사람이 원하는 곳으로 좌표를 맞춰서 그곳으로 보내준다.

그렇다면… 이 아저씨 이 목걸이의 차원이동 좌표를 여기로 맞췄다는 소린가?’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이렇게 하면 아귀가 다 맞아 떨어졌다.

“진짜 누가 용계 최고의 두뇌가 아니라고 할까봐. 도정과 승상의 반응까지 예측해서 나한테 그걸 주고 여기로 보낸 거야? 게다가 덤으로 자기 사위로 만들려고 하고… 그런데 이거 어떡하지? 자의든 타의든 간에 귀양지를 벗어나버린 격이 되었는데… 에이 뭐 그 아저씨가 알아서 하시겠지.”

태민은 들은 이야기와 자신의 기억을 조합하여 여기로 온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것을 어떻게 아린에게 설명하느냐가 남아 있다. 내용을 바꿔서 설명하기도 난해하고 그렇다고 다 이야기하기도 그렇고… 이래저래 난감했다.

* * *

태민은 루비에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좀 전까지 신나게 싸우던 사이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좀 어색했는지 처음에는 서로 쭈뼛거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에게는 법민이라는 공통된 화제가 있었고 금방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자는 거야. 내 말은 솔직히 너도 법민 아저씨가 한 말이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하고 연을 맺기는 싫잖아. 일단 서로 알아가고 괜찮다 싶으면 법민 아저씨 말대로 하자 이거지.”

“좋아, 그렇게 할게. 솔직히 나도 아주 모르는 상황에서는 좀 꺼림칙했거든. 그리고 부탁할 게 있다면서 뭔데?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면 해줄게.”

“아까 봐서 알겠지만 나하고 같이 있던 여자애 있지. 그 녀석한테 차원이동 한 것에 대해 설명 좀 해줘. 내가 알고 있는 걸로 설명하기에는 그게 너무 복잡해서 설명하기 조금 난해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 되잖아. 그게 뭐가 어렵다고 그래?”

“그 있는 그대로의 내용이 복잡해서 풀기가 힘들다는 거야.”

“알았어. 그 정도야 뭐 어렵지도 않으니까. 적당히 이해할 정도로 풀어서 설명하면 되는 거지? 그리고 대화가 안 통할 테니 너한테 건 것과 똑같이 제노글로시아를 걸면 되고…….”

태민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아린이 기다리고 있는 루비에드의 레어로 향해갔다.

그 무렵 아린은 불안감에 휩싸여 태민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밖에서 엄청난 소리가 여러 번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태민이 이상한 생물을 상대로 잘 버티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소리가 뚝 끊긴 것이다.

그녀는 혹시 태민이 진 것은 아닐까, 져서 그 이상한 생물의 손에 죽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이 불길한 상상을 해서 정말로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싶어 머릿속에서 그런 안 좋은 생각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태민이 죽었다는 상상을 하자 아린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 상상을 떨치려 했지만, 효과는 전혀 없었고 파급효과로 최악의 경우까지 상상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아린은 아까 태민에게 여기가 자신이 살던 세계와 완전히 다른 곳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야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불안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런 세계에 자신 혼자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하지만 그 불안감도 잠시뿐이었다.

태민과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그 불안감을 쉽사리 떨칠 수 있었다. 그만큼 그가 그녀에게 엄청난 버팀목이 된다는 소리다. 머리로는 안 좋은 생각을 계속했지만 속으로는 태민이 무사히,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자신의 앞에 나타나주길 바라고 또 바랐다.

그 바람이 통한 것일까, 동굴 입구 쪽에서 태민이 아까 사람으로 변했던 그 이상한 생물과 웃으면서 같이 들어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불안감이 빗나간 것에 기뻐하며 아린은 태민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퍼억!

그녀는 태민을 향한 걱정 때문에 잠시 망각하고 있던 것이다. 자신이 태민이 만든 방어술법에 있다는 것을… 어찌나 세게 부딪힌 것인지 그녀가 부딪히는 소리가 동굴 전체에 울려 퍼졌다.

태민과 루비에드는 그 소리를 듣고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그러다가 태민은 아린을 자신이 펼친 방어술법 안에 보호차원으로 들어가게 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얼른 그곳으로 다가가 방어술법을 해제시켰다. 그러자 아린은 얼굴의 특정부위가 새빨갰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태민에게 안겼다. 그리고 누가 자신을 서럽게 했다는 듯이 그의 품에서 큰 소리로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태민은 그런 아린을 다독거리면서 속으로 또 옷 앞섶 다 젖겠구나 생각했다. 다 마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젖는 것이 싫긴 했지만 자신 때문에 우는 것 같아 꾹 참고 다독거려주었다.

다 울었는지 아린은 콧물을 훌쩍이고 있었고 그런 그녀에게 태민은 다정하게 말했다.

“소리가 꽤 크게 났는데 괜찮아? 이제 진정 좀 됐고?”

“…….”

아린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태민은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루비에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태민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유를 알았는지 그녀 역시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본 그는 아린을 살짝 떼어놓았다.

루트 작가